배우 남궁민이 종영한 SBS 수목드라마 ‘리멤버-아들의 전쟁’에서 악역의 새 역사를 썼다. 그야말로 ‘못돼 처먹은’ 악역인 남규만을 실감나게 연기하며 시청자들을 소름끼치게 만들었다. ‘리멤버’에서 주인공은 유승호였지만, 남궁민은 악역의 새 역사를 쓰며 주인공이 아니더라도 안방극장을 사로잡을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보여줬다.
남궁민은 지난 18일 종영한 ‘리멤버’에서 악의 축인 남규만으로 시청자들의 욕을 두고 두고 먹는 인물을 연기했다. 극중 ‘분노 조절 장애 지질이’라는 별명대로 무시무시한 악역이 아닌, 부자 아버지를 둔 살인과 마약, 강간 등 온갖 범행을 저지르는 사이코패스였다.
사람을 장난감처럼 여기고, 법의 울타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짓밟을 수 있는 사회 거악. 규만은 우리 사회의 온갖 부조리가 집결된 인물이었다. 그래서 규만이 몰락하길 바라며 이 드라마를 지켜봤고, 정의구현이라는 현실에서 이뤄지기 쉽지 않은 희망을 품었다. 동시에 드라마의 흥미를 위해, 짜릿한 결말을 위해 끝도 없이 악마로 변질되는 규만을 연기한 남궁민은 매회 연기력을 경신하는 기염을 토했다.
지난 해 SBS ‘냄새를 보는 소녀’에서 소름 끼치는 악역으로 한차례 안방극장을 떨게 했던 그는 2연속 악역에 도전했다. 악역의 장인이 된 것마냥 주먹을 부르는 미운 표정 연기로 시청자들의 분노와 찬사를 동시에 받았다. 규만에 대한 짜증이 커지면 커질수록 남궁민의 연기에 대한 호평이 쏟아졌다. 데뷔 초 리틀 배용준으로 불릴만큼 부드러운 인상의 남궁민은 선한 인물과 악한 인물을 자유자재로 오고가는 빼어난 연기력을 갖추고 있다.
특히 최근 작품에서 비중은 크지 않지만 강렬한 악역 연기를 섬뜩하게 소화하며 연기에 물이 올랐다는 칭찬 세례를 받고 있는 중이다. 덕분에 남궁민은 주인공인 유승호, 박민영의 존재감을 뛰어넘으며 ‘리멤버’의 시청률 상승에 큰 역할을 했다.
‘리멤버’는 권선징악이라는 단순하지만 늘 통하는 결말을 목표로 시청자들의 심장을 움켜쥐는 이야기로 사랑을 받았다. 악행을 쏟아내는 규만에 대한 분노를 계속 유발하면서, 복수와 정의구현을 해야 하는 서진우(유승호 분)의 안타까운 현실로 몰입도를 높였다. 물론 이야기 전개상 어쩔 수 없는 다소 답답한 전개로 ‘고구마 전개’라는 시청자들의 투정을 받긴 했지만 시청률 20%를 넘보며 동시간대 1위로 마침표를 찍었다. / jmpyo@osen.co.kr
[사진] SBS 제공, '리멤버'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