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하신대로 호락호락한 배우가 아닌 것 같다.”
손석희 앵커가 배우 이미연과의 짧은 인터뷰 후 내놓은 평이었다. 긴장한 듯 보이지만 인터뷰 내내 자신의 소신을 밝히는 배우, 왜 여자 배우에게만 여자라는 수식어가 붙느냐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배우. 스스로 예민하다고 말하며 연기 지론을 펼치는 배우. 우리가 익히 알고 있었던 이미연은 손석희가 버티고 있는 ‘뉴스룸’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지난 18일 방송된 JTBC 간판 뉴스프로그램 ‘뉴스룸’의 ‘문화 초대석’은 영화 ‘좋아해줘’ 개봉을 앞두고 있는 이미연이 함께 했다. 딱딱한 뉴스를 보다가 잠시 쉬어가면서도 손석희의 촌철살인 속 출연자의 이야기를 집중해서 들을 수 있는 시간. ‘문화 초대석’은 그동안 숱한 스타들이 거쳐가며, 손석희의 날카로운 질문에 그들이 어떻게 대처하는지 지켜보는 즐거움이 있었다.
어떤 배우는 당황하거나, 어떤 배우는 평소보다 긴장하고, 어떤 배우는 유쾌한 농담을 던지기도 한다. ‘뉴스룸’에 출연하는 스타들의 대처를 보는 묘미가 있는데, 이미연 역시 마찬가지였다. 손석희는 초반부터 강한 질문을 했다. KBS 2TV ‘명성황후’의 연장 방송을 반대하며 중도 하차했던 것에 대해 물었다. 당시 이미연 대신에 최명길이 연기하는 초유의 사건이었다.
이미연은 “아이고”라고 당황한 듯 말을 잇지 못했다. 손석희는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배우로서 호락호락하고 싶지 않다고 말씀하셨다”라면서 “지금도 그러하느냐?”라고 물었다. 이미연은 짧게 “네”라고 말하며 미소를 보였다. 달리 할 수 있는 말이 없는 듯 보였고, 손석희는 “좋은 사람이 좋은 연기자는 될 수 없는 것 같다. 스스로에게 예민해지려고 한다”라고 말했던 이미연의 인터뷰를 다시 언급했다.
손석희의 재차 질문에 이미연은 입을 열었다. 그는 “예민하지 않고는 연기를 할 수 없다”라면서 “캐릭터에 들어가려면 예민할 수밖에 없고, 주위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 될 수 없다”라고 소신을 밝혔다.
어색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이미연은 미소는 지으면서도 분위기 전환을 위한 농담을 하거나, 손석희를 장난스럽게 책망하는 일을 하지 않았다. 돌려가는 법 없이 당당했다. 자신의 생각을 똑부러지게 말했다. 시청자로서는 두 고수의 숨막히는 기싸움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미연은 배우로서의 고민과 연기 지론을 펼치기도 했다. 그는 “남자 배우에게는 남자 배우라고 쓰지 않는데 여자 배우에게는 여자 배우라고 한다. 그 표현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대중은 연기를 잘하면서 늙지도 않기를 바란다. 적절한 수위에서 (대중의 바람을) 맞춰가면서 내가 나이 드는 게 부끄럽지 않길 바라는데 쉬운 일은 아니다”라고 고민을 말했다.
차기작 질문도 쉽게 넘어가는 법이 없었다. 이미연은 다음 작품 계획이 아직 없다면서도 “배우가 많은 작품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라고 또 다시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이미연의 말은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었다. 인터뷰가 화기애애하거나, 재미가 넘친 것은 아니었지만 대중이 알고 있는 이미연다운 솔직한 매력이 담겨 있었다. 덕분에 손석희는 이날 뼈있는 마무리를 했다.
그는 인터뷰를 마치면서 “말씀하신대로 호락호락한 배우가 아닌 것 같다”라고 했다. 언제나 누가 나와도 호락호락한 질문을 하지 않았고, 언제나 날카롭게 대상을 꿰뚫는 인터뷰를 하는 손석희다운 호락호락하지 않은 마무리였다. 호락호락하지 않은 배우 이미연과 못지않은 손석희였다.
한편 이미연은 영화 ‘좋아해줘’ 개봉을 앞두고 있다. / jmpyo@osen.co.kr
[사진] ‘뉴스룸’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