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유승호가 악역 남궁민에 눌릴 줄이야.. [리멤버 종영③]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6.02.19 06: 50

 배우 유승호가 안정적인 연기에도 불구하고 시선을 잡아 끄는 강력한 존재감을 발휘하지는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반면 남궁민은 악역 연기의 진수를 보여주며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유승호는 SBS 수목드라마 '리멤버-아들의 전쟁'(극본 윤현호, 연출 이창민, 이하 '리멤버')에서 살인 누명을 쓴 아버지 서재혁(전광렬 분)의 무죄를 밝혀내기 위해 거대 권력과 맞서는 천재 변호사 서진우를 연기했다. 서재혁에게 누명을 씌운 진범은 재벌3세 남규만(남궁민 분)으로 두 사람은 처음부터 끝까지 대립하며 극적 재미를 높였다.
사실 '리멤버'는 유승호의 군 제대 후 지상파 복귀작으로 화제를 모았던 드라마인만큼 모든 이목이 유승호에게 쏠렸다. 아역 시절부터 '국민 남동생'이라는 애칭을 얻을 정도로 훈훈한 비주얼과 안정적인 연기력을 보여주며 많은 사랑을 받았던 유승호는 성인이 되자마자 입대를 하는 파격적 행보를 보였다. 이 덕분에 유승호는 대중들로부터 엄청난 환대를 받으며 제대를 했고, 그의 차기작 역시 큰 관심과 기대를 모았다.

이에 보답이라도 하듯 '리멤버'는 화제성이나 시청률 면에서 성공을 거뒀다. 유승호 역시 경력만큼 만족스러운 연기를 보여주며 시청자들의 TV 앞으로 끌어모았다. 억울하고 안타까운 상황 속에서도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또 아버지의 사망에 오열하는 그의 모습은 눈물샘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의외의 복병이 있었다. 바로 남규만 역의 남궁민이다. 남규만은 지난 해 큰 인기를 모았던 영화 '베테랑'의 조태오(유아인 분)를 연상시키는 인물인데, 회가 거듭될수록 상상을 초월하는 악행을 일삼아 소름 유발자로 등극했다.
 
그간의 드라마 속 악행에는 어느 정도의 이유가 존재했었다. 그것이 시청자들을 이해시키고 공감하게 하진 못했을지언정 각자 나름대로의 이유를 가지고 행동을 해왔다. 하지만 이 남규만은 달랐다. 화가 치밀어오르면 무조건 분풀이를 해야 했고, 이는 살인으로까지 이어졌다. 그럼에도 남규만은 일말의 죄책감도 느끼지 못했다. 이런 남규만에 곽형사(김영웅 분)는 '분노조절장애 찌질이'라는 별명을 안겨주기도 했다.
그런데 놀라운 건 이런 남규만이 '리멤버'를 끝까지 시청하게 하는 원동력이 됐다는 점이다. 분명 뒷목을 잡게 만드는 갑질 금수저임이고 그래서 응징을 해야 하는 대상임이 분명한데 그가 짓는 표정이나 행동, 말투는 매회 화제를 모으며 오히려 큰 사랑을 받았다. 이는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와 이를 너무나 훌륭히 소화해낸 남궁민의 놀라운 연기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미 전작 '냄새를 보는 소녀'를 통해 소름끼치는 악역으로 호평을 받았던 남궁민은 이번 '리멤버'에서 악역 연기의 진수를 보여주며 극적 몰입도를 한층 끌어올렸다. 수많은 명장면이 탄생했지만, 동생 여경(정혜성 분)에게 범행을 고백한 뒤 짓던 표정은 혀를 내두를 정도로 놀라움 그 자체라는 평이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남궁민 주연 드라마라는 생각까지 들게 한다. 유승호도 연기를 잘하기는 했지만, 존재감에 있어서는 남궁민의 압도적인 승리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결국 유승호에겐 주연 배우로서 극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카리스마가 필요하다는 숙제를 안겨준 셈이다. /parkjy@osen.co.kr
[사진] S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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