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결국 또 기승전‘사랑’이었나. ‘장사의 신-객주 2015’는 장사의 신을 그리겠다는 당찬 포부와는 달리 매회 진행된 답답한 ‘고구마’ 전개로 시청자들의 원성을 사며 마침표를 찍었다. 대작이 탄생할 것 같았던 첫 주 방송분을 봤던 시청자라면 산으로 가는 전개에 배신감을 느끼는 것도 이해가 된다.
KBS 2TV ‘장사의 신-객주 2015’(이하 ‘객주’)는 폐문한 천가객주의 후계자 천봉삼(장혁 분)이 시장의 여리꾼으로 시작해 상단의 행수와 대객주를 거쳐 거상으로 성공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진정한 돈의 가치와 탐욕이 아닌 정의로운 부를 쌓는 장사꾼을 그리며 돈이 전부인 현시대에 화두를 던져보겠다는 것이 제작진의 설명이었다.
‘객주’는 신분사회가 붕괴되기 시작한 혼란의 19세기 말을 배경으로 했다. 타고난 신분으로 인해 인생이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꿈을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이 꿈틀대던 시기였다. 지금의 상황에서는 신분 대신 날 때부터 주어진 부로 대치해볼 수 있다. 안 그래도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느냐, 흙수저를 물고 태어났느냐가 최근까지 뜨거운 이슈였던 만큼 현시대의 시청자들의 공감을 살 포인트가 분명 존재했다.
그러나 결국 공감을 사지 못 했다. 공감을 사려고 했다면 봉삼이 어떻게 거상으로 성공하는지를 전문성 있게 그려냈어야 했는데, 드라마에서는 장사와 관련된 내용보다는 봉삼이 누명을 썼다가 위기를 극적으로 극복하는 내용이 반복될 뿐이었다. 또한 조소사(한재아 분)와의 과거에 얽매인 봉삼과 그런 봉삼에 집착을 보이는 매월(김민정 분)의 모습으로 ‘결국 장사하면서 사랑하는 이야기냐’는 이야기를 듣고야 말았다.
이는 매회 드라마의 극적 효과를 노리고 루틴한 전개 방식인 남녀의 엇갈린 사랑을 통해 관심을 끌겠다는 장치일 뿐. 사실상 장사의 신이 되는 과정에서는 불필요한 장면이었다. 그러한 상황에서도 41회까지 비교적 긴 호흡을 이끌고 갔던 배우들의 호연이 아까울 따름이다.
마침표를 찍은 ‘객주’가 던진 실질적 화두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과거의 신분제도처럼 부가 대물림되고, 가난이 대물림되는 자본주의의 병폐를 꼬집은 드라마였다고 스스로 말할 수 있을까. 봉삼을 통해 대리만족을 주려고 했다고 말해도 힘이 빠지는 결말이 아닐 수 없다.
분명한 건 시청자가 ‘객주’에게 봉삼이 누명을 썼다가 벗었다가 하는 답답한 고구마 전개를 바란 건 아니었을 것이다. 적들의 계략을 극복하는 과정에서는 장사와 관련한 능력은 그다지 필요 없었으니까. 대신 봉삼이 모두의 발상을 엎는 기지를 발휘해 ‘장사의 신’이 되는 프로페셔널한 모습을 바랐을 것이다. 이런 아쉬움이 남는다. 이럴 거면 ‘장사의 신’ 부제를 달지 말지. / besodam@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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