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작가 기안84의 삶은 치열했다. 일주일에 한 회씩 웹툰을 그리는 것이 이토록 힘든 과정을 거쳐 탄생하는지 제대로 알게 된 순간이다. 그것은 전세난에 집 없는 설움도 제대로 느끼지 못할 만큼 더욱 힘든 작업 끝에 탄생하는 것이었다.
MBC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는 독신 남녀와 1인 가정이 늘어나는 세태를 반영해 혼자 사는 유명인들의 일상을 관찰 카메라 형태로 담은 다큐멘터리 형식의 예능 프로그램. 지금까지는 혼자 사는 집을 하루 종일 관찰하며 주인공이 어떻게 생활하는지를 보여줬는데, 이번에는 집 없이 사는 ‘혼자남’을 관찰하게 됐다. 바로 그 주인공은 ‘패션왕’, ‘복학왕’을 연재한 웹툰 작가 기안84다.
지난 19일 오후 방송된 ‘나 혼자 산다’에서는 ‘혼자남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를 주제로 그려진 가운데 기안84의 생활이 그려졌다.
이날 기안84는 경기도 성남시에 위치한 네이버 11층에서 발견됐다. 그는 현재 네이버에서 웹툰을 연재하고 있는 상태로, 일주일에 한 편씩 웹툰을 올려야 했다. 원래 모든 웹툰 작가들이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형태는 아닌데, 기안84 같은 경우에는 마감을 맞추기가 힘들어 네이버에 잡혀갔다고. 웹툰 담당자들이 수시로 그의 자리를 찾아 마감을 맞춰주기를 바라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그동안의 일들이 안 봐도 그려지는 것이다.
그가 마감을 유난히 맞추지 못하는 이유도 알려졌다. 그의 동료인 이말년과 박태준의 증언이 있었다. 항상 스토리를 구상하는 작업이 선행되는데, 기안84는 유난히 그 과정이 길다고. 떠오른 스토리가 있어도 더 재밌는 것으로 수정하고 또 수정하는 치열한 과정을 가졌던 것이다. 자신의 일인 웹툰에 대한 애정이 듬뿍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그의 건강이 걱정되는 바였다. 정신적인 스트레스는 말할 것도 없고, 육체적으로도 건강이 걱정되는 것. 기안84의 일상은 단순했다. 잠은 회의실 바닥에서 자고, 회사 화장실에서 몰래 씻고 다시 사무실로 돌아와 일에 매진했다. 일주일에 1번 정도 자신의 웹툰 담당자 집에서 휴식을 취하는 정도였다.
물론 본인은 집에서 하는 일이 누워서 스마트폰을 보는 일밖에 없다고는 했지만, 빨리 집을 구하는 것이 시급해 보였다. 기안84도 집을 알아보기 위해 부동산을 찾았지만 전세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 회사 근처여야 한다는 점, 어머니를 모시기 위해서 방 3개짜리 꽤 괜찮은 아파트여야 한다는 점 등 조건을 맞출 집이 얼마 없어 그를 씁쓸하게 했다.
18살이었던 ‘패션왕’ 속 주인공 우기명이 어느덧 23살이 됐다. 기안84의 꿈은 소박했다. 우기명이 장가갈 때까지 독자와 함께 하길 바랐다. 웹툰을 공개한 다음 날이 돼서야 조심스레 댓글과 메일을 읽어보는 그의 눈은 따뜻했다. 악플(악성댓글)도 관심이라 고맙다고 말했다. 늘 우리에게 웃음을 주는 기안84의 바람이 이뤄지길 바라는 바이다. / besodam@osen.co.kr
[사진] '나 혼자 산다'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