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라서 우는 게 아니다. 걸그룹이라서다.
보이그룹에 비해 상대적으로 팬덤을 형성하기가 쉽지 않고, 이에 팬 동원력도 약하다. 대중성도 확보했고 음원도 잘 나가는데 콘서트 한번 하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은 보이그룹들도 수차례 단독콘서트를 개최하고 아시아투어까지 도는데, 대중성을 갖춘 걸그룹들이 콘서트를 개최하는 경우는 의외로 흔치가 않다.
그래서 눈물이 터져 나오는 것이다. 콘서트를 개최까지 도달하는데 드는 노력과 시간이 보이그룹에 몇 곱절은 될 테다. 이에 대부분의 신인 걸그룹들의 목표는 ‘단독 콘서트’가 되곤 한다.
얼마 전 첫 단독콘서트를 개최한 걸그룹 EXID와 나인뮤지스의 경우는 더욱 특별하다. 그간 대중의 무관심 속 짠내 나는 노력을 기울인 끝에 일궈낸 공연이 아니던가. EXID는 4년, 나인뮤지스는 무려 6년이 걸렸다. 눈물이 바다를 이룰 수밖에.
EXID는 지난 14일 처음으로 개최한 미니콘서트 ‘EXID's LEGGO SHOW’에서 눈물을 펑펑 쏟았다. 울고 또 울었다. 그렇다고 분위기가 우울해진 것은 아니었다. 멤버들도, 공연장을 가득 채운 팬들도 서로 더 응원하고 용기를 주는 모습. 데뷔 후 처음 여는 콘서트라는 점도 감회가 새로웠겠지만, 이들의 경우 워낙 많은 우여곡절 끝에 대세로 올라섰기에 눈물은 더욱 뜨거웠다.
대표적인 장면이 있다. 한적한 공원에 10명 남짓의 팬들이 돌계단에 앉아 있었고, EXID 다섯 멤버는 그 앞에 나란히 섰다. 한 팬에 의해 촬영된 이 사진은 지난 2014년 EXID가 ‘위아래’로 컴백, 첫 방송을 마치고 응원을 와준 팬들을 위해 조촐하게 마련한 팬미팅 현장을 담은 것. 조촐해도 너무 조촐했다. 자칫 ‘흑역사’가 될 수 있었던 이날의 굴욕(?)이 오늘의 EXID를 있게 했다. ‘위아래’가 차트를 ‘역주행’하는 연료가 됐고, 동정과 응원은 대중의 호감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들의 ‘역주행’이 단발성으로 끝나지 않은 것은 탄탄한 실력도 실력이지만, 멤버들 간의 끈끈한 우정이 큰 몫을 해낸 것으로 분석된다. 무명의 힘든 시절을 함께 겪어오며 가족 이상의 정이 생겼고, 이 모습이 자연스럽게 대중에게 인식되면서 EXID은 ‘응원하고 싶은 팀’이 된 것이다. 걸크러쉬로 팬덤을 모으고, 예쁜 외모로 ‘덕후’들을 생성해내는 다른 걸그룹들과는 차별 화 되는 지점이다.
나인뮤지스의 6년도 EXID 못지않게 굴곡졌다. 실력과 외모는 톱클래스인데, 오히려 우월한 비주얼이 거리감을 만들든 바. 이에 팬들을 모으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활동을 하면서 멤버들의 실제 성격과 매력이 자연스럽게 노출이 됐고, 이에 반한 이들이 조금씩 팬덤을 형성해 나갔다.
그러더니 지난해에는 공식 팬클럽 창단식이 열렸고, 팬들을 동원해 단독콘서트까지 개최할 수 있는 화력을 가지게 됐다.
나인뮤지스는 지난 19일 오후 8시 서울 광진구 어린이대공원 와팝홀에서 첫 단독 콘서트 '뮤즈 인 더 시티'를 열고 팬들과 만났다. 순식간에 현장은 뜨거워졌다. 나인뮤지스 멤버들은 6년간 목말랐던 만큼 열정적으로 무대를 소화했다.
멤버들은 "처음으로 단독 콘서트를 열게 됐다. 정말 행복하다. 무려 6년 만이다. 눈물이 날 뻔했다. 이런 환호성 오랜만이다. 함성이 커서 기분이 좋다"고 벅찬 소감을 밝혔다.
결국은 눈물을 쏟았다. 공연 말미 현장 팬들은 공연이 끝나가는 걸 아쉬워하며 마지막까지 응원을 쏟아냈고 이들은 엔딩곡 '9월 17일'을 부르며 눈물을 터뜨려 응원의 박수를 받았다.
2시간의 공연 동안 나인뮤지스는 자신들의 8인 8색 매력을 마음껏 뿜어냈다. 압도적인 섹시미에 현장 관객들은 쉽게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나인뮤지스가 마련한 '19金' 콘서트는 화끈했다.
또 어떤 걸그룹이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고 콘서트를 통해 팬들과 만나게 될까./joonamana@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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