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들이 프로듀서라니, 흥미로운 프로그램이다. Mnet ‘프로듀스 101’은 걸그룹 데뷔를 목표로 하는 연습생들을 모아놓고 경쟁을 붙였다. 주목할 만 한 점은 선택을 대중의 몫으로 돌렸다는 것. 등급을 나누는 이들이 존재하지만 이들은 사실상 조력자에 가깝다.
그렇다보니 결과는 시청자들의 취향을 그대로 반영한다. 이들의 투표만으로 순위가 결정되는 덕에 어떤 스타일의 연습생이 대중의 지지를 받는 지 알 수 있고, 이에 현시대의 대중이 원하는 걸그룹상을 살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다. 물론 제작진의 편집과 방송에 등장하는 분량이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호감과 비호감을 나누는 결정적인 단초는 본인이 제공하는 것이 맞다.
이 같은 맥락에서 현재 프로그램에서 주목받고 있는 연습생들은 대표적인 걸그룹의 유형을 보여준다.
# 비주얼 1위 주결경, ‘입덕’ 부르는 걸그룹 센터
현재 순위 4위다. 플레디스 연습생 주결경은 방송에서 아직까지 집중조명을 받지 못했고, 실력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적었음에도 인기투표는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프로그램 내에서 최고의 미모로 꼽히며, 비주얼만으로 ‘덕후’들을 양성하고 있는 모양새.
이는 걸그룹에 ‘비주얼 멤버’가 필요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될 수 있다. 방송에서도 수차례 언급 된 것이 ‘걸그룹 센터’다. 팀의 얼굴이 되는 포지션으로 ‘입덕(팬들의 유입)’을 부르는 주요한 위치. 소녀시대 윤아나 트와이스 쯔위가 대표적이다. 팬들은 이들을 통해 해당 그룹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관심은 자연스럽게 다른 멤버들에 이어진다. 그러다가 그들의 또 다른 매력을 알게 되는 과정이 이어진다.
기획사들은 이 같은 프로세스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이에 팬들을 끌어 모아 줄 멤버 한 명을 집중적으로 푸시하면서 활동을 펼치기도 한다.
물론 실력이 바탕이 됐을 때에 해당 되는 이야기다. 독보적인 비주얼을 자랑하지만 실력이 터무니없다는 오히려 욕먹기 십상이다. 외모로 주목받고 있는 주결경 역시 뛰어난 기량으로 A그룹에 몸을 담았던 바. 이에 더욱 큰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이다.
# 빠지면 답도 없다..실력+매력 ‘걸크러쉬’ 김세정
가장 강력한 것이 걸크러쉬다. 최근 걸그룹의 추세는 남성 팬보다는 여성 팬을 확보하는 것. 여성 팬들을 확보할 경우 좀 더 응집력이 강력한 팬덤이 형성되고, 호감 이미지를 구축하기가 수월하다. 이에 최근 걸그룹들의 표적은 남성이 아닌 여성이 돼 가고 있는 분위기다.
비주얼 멤버에게 남성 팬이 쏠리는 반면, 걸크러쉬를 부르는 멤버에게는 팬심이 단단한 여성 팬들이 집중되는 편. 요즘은 ‘걸크러쉬’가 대세다.
이 같은 현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은 김세정이다. 탄탄한 실력은 물론 털털한 성격과 올바른 인성으로 시청자들의 호감을 제대로 샀고, 결국에는 강력한 1위 후보였던 전소미를 제치고 정상에 오른 바다. 이미 팬층이 탄탄하게 형성되고 있어 이번 프로그램은 물론 이후의 활동에도 큰 힘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 응원을 부르는 ‘병맛’, 성장형 김소혜
대반전이었다. F그룹에 속해 안무도 제대로 흉내조차 못 내던 연습생 김소혜가 11위를 차지한 것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프로그램 초반 ‘병맛’으로 주목을 받았는데, 이후에는 조금씩 성장해가는 모습으로 관심을 끌었다.
물론 방송 분량이 큰 몫을 했는데, 이 또한 걸그룹이 성장하는데 대중에 노출되는 빈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포인트가 되고 있다.
어쨌든 김소혜는 11위권 안에 들었다. 그가 보여주는 또 한 가지는 응원을 부르는 성장형 걸그룹의 유형이다. 이 같은 유형은 처음 형성한 팬덤을 끝까지 단단하게 가져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멤버의 성장을 함께 지켜보고 응원하면서 팬심이 더욱 단단해진다는 것.
한편 '프로듀스 101'은 국내 46개 기획사에서 모인 101명의 여자 연습생들이 참가한 초대형 프로젝트로 '제작하다'라는 뜻의 '프로듀스'와 '입문'이라는 뜻의 '101'을 결합, 아이돌 입문반인 연습생 101명을 대상으로 유닛 걸그룹을 만들어간다는 의미를 담았다./joonamana@osen.co.kr
[사진] Mnet '프로듀스101'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