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혜수가 ‘시그널’에서 말 그대로 ‘인생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믿고 보는 배우이긴 했지만 ‘시그널’에서 그가 선보이고 있는 연기는 소름이 끼칠 정도다. ‘한 캐릭터가 이렇게 많은 감정을 표현할 수 있나’라는 생각이 들 만큼 그야말로 입체적인 연기로 시청자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tvN 금토드라마 ‘시그널’에서 김혜수는 장기 미제 전담팀 형사인 차수현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치고 있다. 차수현은 조폭을 동네 동생 다루듯 하는 카리스마에 빛보다 빠르게 수갑을 채우는 테크닉이 상당하며 구구절절 말보다 눈빛과 동작 하나로 사람들을 제압하는, 현장에 살고 현장에 죽는 15년 차 베테랑 형사다.
김혜수는 드라마에서 유일하게 과거와 현재를 연기하는 배우다. 극 중 신입 순경 캐릭터부터 베테랑 형사, 그리고 이제는 미제 사건 피해자 역할까지 맡아 연기하면서 하드캐리 해주고 있다.
먼저 극 중 해영(이제훈 분)과 함께 미제 사건을 수사하는 가운데 해영이 실종된 재한(조진웅 분)과 무전을 하면서 등장하는 과거신에서 신입 순경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올해 벌써 40대 중반이지만 20대 풋풋한 여순경을 연기하는 모습은 크게 어색하지 않다. 그의 20대 과거신은 시청자들이 좋아하는 장면이기도 하다.
현재 베테랑 형사와는 달리 선배 형사 재한을 사모하는 수줍을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고 귀여운 앞머리를 한 긴 헤어스타일, 동그랗게 눈을 뜨고 재한을 보는 모습이 과거 아름다웠던 김혜수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또한 김혜수는 15년 차 베테랑 형사 연기로 소화하고 있다. 주차장 바닥에 뒹굴고 차 유리 전면으로 내동댕이쳐지는 강도 높은 액션연기를 완벽에 가깝게 소화하고 있는 것은 물론 해영을 윽박지르는 고참 강력반 경위의 모습까지 신입 순경이었을 때와는 정반대의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이뿐 아니라 지난 19일 방송에서는 피해자가 된, 또 다른 상황에 처한 캐릭터의 모습을 보여줬다. 이날 김혜수의 연기는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극 중 수현은 장기미제 사건의 피해자였다. 과거 발생했던 두 건의 살인 사건은 머리에 비닐봉지를 씌우고 온 몸을 쌀 포대나 김장 비닐로 싸매 시체를 유기하는 사건에서 살인마에게 죽을 뻔 했던 것.
2016년에도 같은 수법으로 살해를 당한 시체가 등장하자 수현은 공포에 질려 몸까지 떨었다. 특히 과거신에서 수현이 살인마 진우(이상엽 분)에게 납치돼 비닐봉지가 머리에 씌워진 채 양손을 결박당했다. 하지만 극적으로 탈출, 재한을 만나 충격과 공포로 발작하는 모습은 시청자들을 소름끼치게 했다.
풋풋한 신입수경부터 15년차 베테랑 형사, 미제사건의 피해자까지 세 가지 역할을 동시에 연기한 김혜수. 역시 ‘갓혜수’라고 불릴만 하다. /kangsj@osen.co.kr
[사진] tvN ‘시그널’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