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숨을 죽였다. 가수 정동하가 모든 반주가 멈춘 순간, 마이크를 멀찍이 떨어뜨리고 절규했다. 명곡 중에서도 명곡으로 알려진 故(고) 김현식의 ‘내 사랑 내 곁에’를 열창한 정동하는 물 만난 고기마냥 관객들은 물론 시청자들까지 단숨에 사로잡은 것. 과거 ‘올킬’로 우승을 차지했던 때를 떠올리듯 4연승이라는 기염을 토하며 또 한 번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 20일 오후 방송된 KBS 2TV 예능프로그램 ‘불후의 명곡 전설을 노래하다’(이하 ‘불후의 명곡’)는 작곡가 오태호 편으로 꾸며진 가운데 홍지민, 박기영, 정인, 스윗소로우, 정동하, 딕펑스, 이예준이 출연해 최종 우승의 자리를 놓고 대결을 펼쳤다.
이날 정동하는 고 김현식의 ‘내 사랑 내 곁에’를 선곡했다. 이 곡은 세대를 아우르며 누구에게나 익숙한 노래다. 특히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tvN 화제의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도 배경음악으로 삽입됐던 바. 이 곡을 정동하가 부른다는 사실에 방송 전부터 이미 기대치가 높았던 게 사실이다.
게다가 잘 알려진 노래일수록 비교되는 대상이 많기 때문에 가수들은 재해석하는데 많은 부담감을 느낀다. 심지어 그런 명곡 중에서도 명곡이라는 의미로 대곡이라 불리는 ‘내 사랑 내 곁에’였으니 정동하의 부담감은 말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바였다.
그래서 정동하는 무대에 오르기 전 원곡을 최대한 살리고 싶었다는 말을 전했다. 그리고 오태호를 향해 “제 인생을 바꾼 노래다”며 깍듯하게 인사하며 예의를 표했다.
보통 노래에서도 기승전결을 따라 천천히 감정을 고조시키다 절정에 내뱉고 마무리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정동하는 처음부터 고요한 상태에서 감정을 폭발시켰다. 특히 마이크를 멀리 떨어뜨리고 희미한 조명에서 절규하듯 내뱉는 그의 노래는 집중할 수밖에 없는 힘이 느껴졌다.
이에 작곡가 오태호는 지금까지 본 가수들 중에 가장 원곡을 잘 살린 가수라며 정동하를 극찬했다. 온라인상에는 고 김현식을 부활시킨 듯한 무대였다며 역시 칭찬이 쏟아졌다.
이 노래로 정동하는 무려 427표를 받으며 4연승을 기록, 최종 우승을 차지했다. 이 결과에 시청자들도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정동하는 마치 물 만난 고기마냥 ‘내 사랑 내 곁에’를 소화했기 때문. 자신에게 꼭 맞는 곡을 만날 때마다 무서울 정도의 소화력을 보이는 그의 이번 선택도 역시 탁월했다. / besodam@osen.co.kr
[사진] '불후의 명곡'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