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여심을 흔들던 멋진 캐릭터였다. 아무리 밀어내도 한결같이 사랑을 갈구하며 먼저 그 진심을 알아채던 남자였다. 그런데 갑자기 질투와 배신감에 사로잡혀 '짜증 유발' 캐릭터가 됐다. '애인있어요' 최진언(지진희 분) 얘기다.
지진희가 SBS 주말드라마 '애인있어요'(극본 배유미, 연출 최문석)에서 연기하고 있는 최진언은 초반 불륜 캐릭터를 벗어나 진정한 사랑을 찾아가는 로맨티스트로 여성 시청자들의 지지를 한 몸에 받았었다. 최근까지도 최진언과 도해강(김현주 분)이 달달하게 사랑만 하고 살기를 간절히 바라게 했다.
그런데 지난 20일 방송된 47회에서 최진언이 돌변했다. 사랑은 하지만, 이를 표현하는 방식이 지금까지와는 달라져 짜증을 유발케 했다. 앞서 백석(이규한 분)은 도해강으로부터 구형과 관련해 최진언에게 그 어떤 얘기도 하지 말아달라는 부탁을 받았었다. 이에 백석은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대로 두고볼 수만도 없었다. 백석은 진언에게 해강이 힘들어하니 먼저 알아채주라고 직언했다.
하지만 진언은 해강이 자신에게는 말하지 않은 걸 백석에게는 말하고, 자신 앞에선 웃기만 했다는 것에 화를 냈다. 그러자 백석은 "말 못하는 건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당신 여자가 아니라 당신에게 원인이 있는거다. 그걸 왜 모르냐"고 일침했다.
백석의 말대로 해강은 경찰에 곧바로 민태석의 목소리 녹음 파일을 가지고 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진언과 진언의 누나인 진리(백지원 분) 생각에 차마 그러지 못하고 돌아나왔다. 그리고 고민 끝에 백석에게 부탁을 했었다. 항소를 하지 않은 것도 진언이 아파할까봐 걱정을 했기 때문이다. 백석은 이런 해강을 알고 있었기에 진언에게 "그 자식 혼자 끙끙 앓았을지 그거부터 생각해봐라"라고 따끔하게 충고를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진언은 이를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했다. 오히려 해강이 자신에게 뭔갈 숨기고 있다며 화를 냈다. 사뒀던 반지를 들고 가서는 "너 없이는 안 된다. 반지 끼워주고 이 집에서 같이 살고 싶다"고 하면서도 "힘든 거 왜 나에게만 숨기냐. 내 앞에서만 울어라"라고 철없는 말을 해댔다. 백석의 직언은 무시한 채, 해강이 자신에게 전한 사랑의 말들도 다 잊은 채 오로지 자신의 감정에 휘둘려서는 해강을 제대로 감싸안아주지 못했다.
그리고 해강이 1년형을 선고받고 수감이 되자 배신감에 한번도 면회를 가지 않은 채 억지로 해강에 대한 사랑의 감정을 밀어내려 애썼다. 해강을 "그 여자"라고 지칭하며 자신과는 이제 상관없는 사람이라고 했다. 또 우연히 만난 백석에게는 "앞으로 안 보고 살 자신도 생겼다. 나 그 여자 안 기다린다. 나랑 상관 없는 여자이니 가서 마중 잘해라"라고 말하고는 냉정하게 돌아섰다.
물론 진언에게도 이유는 있었다. 자신에게는 그 어떤 말도 하지 않고 항소도 포기해버린 해강이 미울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 어떤 순간에도 해강을 한결같이 사랑해왔던 진언이었던지라 이 같은 그의 행동은 뭔가 석연치가 않다. 수많은 위기를 겪으면서도 우직하게, 또 애틋하게 해강과의 사랑을 지켜왔던 그였기에 더더욱 그랬다. 특히나 해강을 비난하는 진리에게는 "가치있는 삶을 살고 있다"고 두둔하고, 치매에 걸린 엄마 세희(나영희 분)에게는 해강의 진심을 전하면서도 정작 해강에게는 싸늘하게 굴어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들었다.
'애인있어요'는 이제 종영까지 단 3회만을 남겨놓고 있는 상황. 하지만 정작 행복해야 하는 두 사람은 이렇게 또 다시 밀어내기를 하고 있다. 멀고 먼 길을 돌아서 온 두 사람이 과연 모든 마음의 짐을 벗어던지고 다시 결혼을 할 수 있을지 궁금해지는 가운데 진언이 더 이상 '짜증 유발자'가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parkjy@osen.co.kr
[사진] '애인있어요'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