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그런거야'가 현실적 공감과 짜증 유발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캐릭터들이 현실적인 고민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그것이 한 집안에 밀집되어 있다 보니 숨 쉴 구멍이 없다.
SBS 주말드라마 '그래, 그런거야'(극본 김수현, 연출 손정현)는 현대인의 외로움을 따뜻하게 품어줄 정통 가족드라마다. 지금은 쉽게 볼 수 없는 3대에 걸친 대가족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잊고 있던 가족의 소중함과 의미를 경쾌하면서도 진지하게 그리겠다는 의도를 가진 드라마다.
3대가 함께 살아가는 대가족이라 등장인물이 워낙 많고, 사건 사고도 끊이지 않는다. 셋째 며느리 혜경(김해숙 분)은 끊임없이 이어지는 살림과 자식 걱정에 겨울에도 선풍기를 끼고 살아야만 했다. 현재 이 가족이 가장 많이 고민하고 화두에 올리는 사건은 유민호(노주현 분)와 그의 며느리 이지선(서지혜 분)에 대한 일이었다.
혼자가 된 시아버지와 과부 며느리가 한 집에 같이 사는 것이 과연 괜찮은가 하는 것. 두 사람이 정분난 것이 아니냐는 말도 안 되는 소문이 퍼지자 집안이 발칵 뒤집어졌다. 지난 20일 방송된 3회에서 지선은 이 같은 소문을 흘린 자신의 모친 태희(임예진 분)에게 "아버지와 죽을 때까지 같이 살 것"이라고 선포를 한 상태였다.
또 숙자(강부자 분)가 "한 달 안에 방 빼고 나가라"고 했음에도 지선은 민호가 재혼을 하면 그 때 생각해보겠다며 자신 걱정은 하지 말아달라고 청했다. 이제는 며느리가 아닌 딸이 되어버린 지선이기에 가능한 말이었다. 정말 이상적인 시아버지와 며느리 관계였지만, 현실은 두 사람을 이대로 두고 보지 않을 것이라 앞으로의 속 시끄러움을 예상케 했다.
사실 이보다 더 문제는 혜경의 세 자식에게 있었다. 첫째 세현(조한선 분)은 유리(왕지혜 분)에게 이별을 고한 상태였지만, 이를 받아들일 수 없는 유리는 다짜고짜 집으로 쳐들어와서는 헤어져 있는 동안 선을 30번 정도 봤었다는 폭탄 발언을 해댔다. 애지중지 키운 아들이 여자 문자로 집안을 시끄럽게 하자 분을 참지 못한 혜경은 결국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세현의 등짝을 세게 때릴 수밖에 없었다.
또한 셋째 세준(정해인 분)은 취직은 하지 않고 아르바이를 하며 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남들 일할 시간에 게임만 하고 있어 또 한 번 혜경의 속을 뒤집어놨다. 아직 수면 위에 오르진 않았지만 세희(윤소이 분)는 남편 현우(김영훈 분)와 시각 차이로 조금씩 마찰이 생기고 있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속이 터지는 혜경과는 달리 남편(홍요섭 분)은 "알았다", "알아서 하겠지"라는 말만 할 뿐, 천하태평이다. 이는 현실을 고스란히 반영한 모습인 동시에 답답함을 유발하기에 충분했다. 세상에 고민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냐만은 '그래 그런거야'에는 너무나 많은 문제와 고민들이 동시 다발적으로 터지고 있다. 시청자들이 마음의 위안을 받고 휴식을 취하고 싶어하는 주말 저녁 시간에 이는 어딘지 좀 과하다는 느낌을 받게 한다. 현실적인 공감은 분명 필요하다. 하지만 시청자들에게도 숨 쉴 구멍이 필요함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parkjy@osen.co.kr
[사진] '그래 그런거야'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