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장서희는 어릴 때부터 장녀의 책임감이 몸에 밴 듬직한 맏딸이었다. 중간에서 이리 저리 치이는 둘째의 설움보다, 누나 혹은 언니로서 동생들에게 잘해야 한다는 강박증과 콤플렉스로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아온 것이다.
남들처럼 사랑해서 결혼하고, 평범한 가정을 이루는 것이 꿈이 되어버린 억척스런 김윤희(장서희 분)는 어떻게 보면 ‘엄마’의 또 다른 주인공이었다. 그녀는 일찍이 아버지를 여읜 집안의 첫째 딸로 태어나 장녀이자 가장으로서 큰 부담을 안고 살아왔다. 지긋지긋한 동생들의 뒤치다꺼리에서 벗어나 이제 좀 여유 있는 인생을 살려할 때 병이 생겨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지난 20일 방송된 MBC 주말드라마 ‘엄마’(극본 김정수, 연출 오경훈 장준호)에서 윤희는 의사로부터 만성 신부전 진단을 받고 충격에 휩싸였다. 그동안 자신의 몸을 건사하지도 못하고, 평생 동생 뒷바라지에 힘썼는데 결국 병을 얻으면서 인생 최대의 시련을 겪은 것이다.
사실 그녀는 며칠 전부터 극심한 통증을 느꼈지만 큰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고 그냥 넘겼다. 결국 아침상을 차리지 못하고 카페에 일을 하러 나가지 못할 지경에 이르러서야 병원을 찾았다. 윤희는 평생 혈액 투석을 하거나 생체 이식을 받아야 살 수 있었다. 더욱이 당뇨에 혈압까지 있어 상황은 악화됐다.
딸의 상태를 듣고 충격을 받은 엄마(차화연 분)는 어린 윤희를 데리고 시장에 나가 장사를 했던 것을 떠올리며 후회의 눈물을 흘렸다. “엄마가 미안하다. 내가 윤희를 너무 힘들 게 했다. 어린 딸에게 너무 의지했다”며 말도 제대로 잇지 못했다. 차화연과 장서희의 연기가 보는 이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장서희는 그동안 ‘인어아가씨’ ‘아내의 유혹’ ‘뻐꾸기 둥지’로 이어지는 출연으로 ‘복수극의 대명사’로 손꼽혔다. 하지만 따뜻한 가족 이야기에서도 자신만의 개성을 살려 윤희의 사랑과 결혼 등 인생 얘기를 잘 풀어내며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장서희가 데뷔 이후 27년여 동안 믿고 보는 배우로 성장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purplish@osen.co.kr
[사진]‘엄마’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