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혜수가 세월을 거스르는 반칙을 보여주고 있다. 분명히 40대 중반인데, 20대의 풋풋하고 어리어리한 구석까지 완벽하게 표현하며 ‘시그널’의 몰입도를 높이고 있다. 외모는 성숙하고 우리가 알고 있는 카리스마 넘치는 김혜수인데 연기로 보호 본능을 자극하는 20대 차수현으로 무섭도록 설득력을 입히고 있다.
김혜수는 현재 tvN 금토드라마 ‘시그널’에서 장기미제사건팀장 차수현 경위를 연기하고 있다. 이 드라마는 20년 전의 형사 이재한(조진웅 분)과 현재의 형사 박해영(이제훈 분)이 시공간을 뛰어넘는 무전으로 함께 사건을 해결하는 판타지가 곁들어간 범죄 스릴러 드라마다. 김혜수는 20년 전 이재한과, 현재 박해영과 모두 인연을 맺는 차수현을 연기한다. 때문에 20년 전 장면에서는 초짜 경찰의 풋풋함을 현재는 누구보다도 정의롭고 책임감 있는 팀장의 모습을 함께 연기해야 한다.
무려 20여년의 나이 차이를 연기하는 배우. 김혜수가 아니었다면 젊은 나이를 연기하는 배우가 따로 있어야 했을 터. 김혜수는 홀로 20대 어리바리하지만 성실한 차수현과 40대 그 누구보다도 듬직한 경찰인 차수현을 완벽하게 연기하고 있다. 더욱이 지난 20일 방송된 10회는 차수현이 연쇄살인마에게 납치돼 죽을 뻔한 위기를 겪고 극한 공포감에 휩싸이며 경찰이 아닌 사건의 피해자의 나약한 면모가 드러나야 했는데, 김혜수는 한없이 약해질 수밖에 없는 피해자로 옷을 갈아입었다.
납치에서 죽을 힘을 다해 도망친 후 드러난 20대 차수현의 극한의 공포, 법최면수사를 받은 후 잊고 있던 기억이 돌아오며 또 다시 두려움에 휩싸이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드러내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40대 차수현의 안쓰러운 책임감까지. 김혜수는 20대와 40대라는 나이를 거스르는 연기를 펼치고 있다. 세월을 숨길 수 없기에 김혜수의 얼굴이 20대로 보이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예쁜 얼굴의 김혜수라고 해도 시청자들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외적인 부분의 한계가 있는 것. 그런데 김혜수는 어쩔 수 없는 이 한계를 연기로 채웠다.
베테랑 형사 이재한이 아직 진짜 경찰은 아닌 차수현에게 한 말대로 “예쁘게 동그란 눈”을 뜨며 풋풋한 20대의 매력과 한없이 눈치를 보는 초짜의 서글픔을 표정으로 다 드러냈다. 김혜수가 정밀하게 계산해 연기한 표정 하나 하나가 20년 전 싱그러웠던 청춘이었던 김혜수를 다시 만나게 만들고 있는 것. 지금의 연륜이 있는 김혜수도 좋지만, 연기 잘하는 청춘 배우였던 김혜수를 추억할 수 있는 시간이 ‘시그널’이 되고 있는 것. 어떻게 보면 다양하게 설정을 해서 표현하는 1인 2역보다 어려운 일을 하고 있다. 김혜수는 그렇게 시청자들에게 현재와 과거의 자신을 모두 뿜어내며, ‘시그널’의 흡인력 있는 장면을 매회 만들어내고 있는 중이다.
나이를 건너뛰는 반칙 뿐만 아니라 납치라는 극강의 무서운 공포심을 표현하기 위해 절규하는 연기는 9회와 10회 연달아 방송되며 안방극장의 시선을 강렬히 빼앗았다. 진정한 보석 같은 배우 김혜수의 존재감이 '시그널'의 인기 원동력이 되고 있다. / jmpyo@osen.co.kr
[사진] '시그널'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