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어딜 가도 여자친구의 노래가 흘러나온다. 가요계 종사자들은 물론, 대중이 여자친구에 대해 쉴 새 없이 이야기한다. 어느새 루키에서 대세로, 멤버 이름조차 헷갈렸던 신인에서 걸그룹 세대교체의 주역으로 자리 잡았다. 말 그대로 '갓자친구'다.
걸그룹 여자친구의 상승세가 대단하다. 지난달 25일 발표한 곡 '시간을 달려서'가 4일 오후부터 역주행으로 음원차트 1위를 기록하더니, 18일간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그 사이 음악방송 1위 '올킬'도 기록했고, 몇몇 음악방송에서는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하면서 데뷔 2년차 걸그룹의 저력을 발휘했다. 음원차트와 음악방송 올킬을 동시에 이뤄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일부에서는 여자친구의 1위 굳히기를 '빈집털이'라고 보는 의견도 있다. 톱가수들의 컴백이 없는 비수기를 노렸다는 것이다. 물론 좋은 시기를 타고난 영향도 있을 수 있겠지만, 그보다 여자친구의 음악이 갖는 대중성과 그 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소위 말하는 대형 기획사 소속도 아니고, 그렇다고 다른 신인들처럼 그들을 이끌어줄 선배(소속사) 아이돌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좋은 기획력과 여자친구의 노력, 이들 스스로 만들어낸 성과라는 점은 틀림없다.
사실 빈집털이라고 할 만큼 여자친구가 이번 음반을 발표한 후, 막강한 가수들의 신곡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지난해 발표하는 곡마다 1위에 올려놨던 보이그룹 블락비 멤버 지코는 여자친구와 같은 날 신곡을 발표해 1위를 차지했었고, 소녀시대 태연과 엑소의 디오도 신곡을 발매했다. 음원차트에서 절대 우위에 있는 엠씨더맥스도 정규8집 '파토스(pathos)'로 1위로 컴백한 것을 보면, 비수기라고는 하지만 1위 가수들이 여럿 컴백했던 것도 사실이다.
지코부터 태연, 디오, 엠씨더맥스 등 이들 모두 신곡 발표와 동시에 1위로 진입했을 정도로 음원 파워가 있는 가수들. 다만 이번에는 롱런이 아닌 여자친구에게 1위 자리를 내준 것이다.
또 비수기를 노린 1위라고 하기에는 여자친구의 롱런에도 주목해야 한다. '시간을 달려서'는 발표 직후 음원차트 1위를 차지하긴 했지만, 하루 이틀 이후에는 2~3위권을 유지했다. 꾸준한 방송 활동과 활약으로 발표 10여일 만에 역주행 1위를 달성한 이후, 꾸준히 순위를 유지했다는 것이 차트 올킬보다 더 의미 있는 성과다. 대중적인 취향이 반영되는 음원차트인 만큼, 여자친구의 음악이 대중적으로 인기를 끌고 관심 속에 있다는 것을 설명한다.
특히 '시간을 달려서'와 함께 지난해 발표한 미니2집 '오늘부터 우리는'이 10위권을 유지하면서 꾸준히 인기를 끌고, 1년 전 발표했던 데뷔곡 '유리구슬'까지 차트에 재진입했다. 1년 동안 발표한 음반의 타이틀곡이 모두 대중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것이 여자친구가 가진 강력한 무기다. 이 같은 결과는 콘텐츠가 좋기 때문이라는 결론이다. 특별하게 튀진 않아도 모두가 좋아할 수 있는 음악의 힘.
여자친구의 음악이 특별하게 독특하다거나 다른 걸그룹과 큰 차이가 있다고는 말할 수는 없다. 다만 청순 콘셉트의 걸그룹들 사이에서 '파워 청순'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다는 점이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은 맞다. 대중가요인 만큼 극도로 난해하거나 팀의 개성만을 강조하지 않고, 그룹 색을 유지하면서도 대중적으로 좋아할 수 있는 음악적 분위기를 조성했다는 점이 이들의 성공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seon@osen.co.kr
[사진]OSEN DB, 쏘스뮤직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