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딸 금사월’이 그동안의 막장 드라마와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주인공이 권선징악의 방해가 되고 있고, 오히려 주변 인물들이 정의의 심판자가 돼서 통쾌한 행보를 보이는 중이다. 막장 드라마에서 주인공의 반란에 대한 시청자들의 지지가 높은데, 이 드라마는 주인공이 웬만한 악역들보다 더 욕을 먹는 이상한 전개가 펼쳐지고 있다.
MBC 주말드라마 ‘내딸 금사월’이 종영까지 3회가 남은 가운데, 대부분의 자극적인 막장 드라마가 그러하듯 매회 시청자들의 분노를 축적시키고 있다. 지난 20일 방송된 48회는 금사월(백진희 분)이 끝내 친어머니 신득예(전인화 분)의 복수를 가로막는 결혼을 강행하고, 양 집안의 화해를 바라는 터무니 없는 꿈이 펼쳐졌다.
득예는 자신의 부모를 죽게 만들고 회사를 빼앗은 강만후(손창민 분)를 몰락시키기 위해 원수인 만후 곁에 머물었던 상황. 모든 사실을 알고 있는 사월이는 만후의 아들인 강찬빈(윤현민 분)과 결혼하며 득예의 복수를 바라는 시청자들의 속을 뒤집어놨다. 사월이와 찬빈이의 결혼이 만후가 완벽한 몰락을 하고 반성을 한 후 벌어진 일이었다면, 행복한 결말을 바라는 안방극장의 지지를 받았을 터. 허나 두 사람의 결혼은 득예에게 감정 이입을 하며 이 드라마를 본 숱한 시청자들의 뒤통수를 때리는 일이었다.
때문에 자신을 키우고 심지어 아버지의 악행을 모두 알고 있는 찬빈이가 만후보다 더 악한 행동을 할 가능성이 생기고, 사월이가 그런 찬빈이를 지지하는 현재의 이야기는 시청자들을 이해시키지 못하고 있다. 단순한 권선징악의 구조 속에 악역들의 자극적인 악행으로 흥미를 자극한 김순옥 작가의 막장 드라마의 예상치 못한 변주는 안방극장에 짜증과 분노를 선사하는 중이다.
사실 ‘내딸 금사월’과 마찬가지로 자극적인 통속 드라마는 원체 개연성과 거리가 멀다. 그래도 이 같은 막장 드라마들이 시청자들을 사로잡는 것은 악행이 세면 셀수록 권선징악의 결말의 쾌감이 높아지기 때문인데 김순옥 작가는 정의 구현의 놓치면 안 되는 기본 토대까지 건드리는 선을 넘어버렸다. 김순옥 작가는 ‘아내의 유혹’을 시작으로 ‘왔다 장보리’를 성공시키며 막장 드라마라고 욕할지언정 일단 흥미로운 이야기를 펼치는 재주꾼이었다.
허나 ‘왔다 장보리’에서 착한 장보리(오연서 분)의 감정선은 내팽개치고, 나쁜 연민정(이유리 분)이 스스로의 노력으로 자신의 인생을 새로 만든다는 측면을 강조하며 새로운 관점으로 드라마를 만들었다. 악역의 행실이 마치 이유가 있는 것처럼 포장을 한 것을 시작으로 권선징악이라는 미명 아래 버텼던 ‘막장 월드’의 변화가 생겼다. 분명히 연민정의 패악질이 묘한 쾌감을 안겼던 것이 사실이나 이 같은 변주가 ‘내딸 금사월’까지 이어지며 안방극장의 분노가 거세지고 있다. 심지어 착한 주인공인 금사월이가 ‘암사월’이라는 오명까지 붙게 할 정도로 답답하고 짜증나는 행동을 하게 만드니 시청자들의 배신과 분노의 감정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가 됐다.
작가로서 같은 이야기를 하지 않기 위한 선택일지언정 주인공을 악역 아닌 악역으로 만들어놓으니, 주인공 주변에서 악을 처단하는 이들이 더 지지를 받는 모순이 생겼다. 사월이의 친구인 주오월(송하윤 분)과 사월이의 엄마인 득예, 그리고 득예를 조력하는 주기황(안내상 분)은 그야말로 ‘갓’이라는 별명이 따라붙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그만큼 안방극장은 단조로울 수 있지만 갑갑한 현실을 잠시 잊게 하는 권선징악의 대리만족을 바라고 있다는 뜻일 게다. 그런데 과정의 모순으로 인해 권선징악에 흠집이 생겼다. 누구를 위한 복수와 행복 추구인지 모호해졌기 때문이다. 이 같은 변주가 그의 철옹성 같은 인기의 균열로 이어질지, 또 다른 ‘욕하면서 보는’ 인기 이유가 될지 제법 흥미로운 그림이 펼쳐지고 있다. / jmpyo@osen.co.kr
[사진] MBC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