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우가 이렇게 코믹한 여배우였나. 영화 '좋아해줘'를 로맨틱 코미디로 본다면, 거기에 가장 크게 일조하는 커플이 김주혁, 최지우다. 불혹을 넘긴 남녀가 이토록 귀엽고 사랑스러울 수 있다니. 그 중에서도 최지우는 기존 캐릭터 변화를 가해, 망가짐을 불사하는 연기를 보여주며 관객들을 사로잡는다.
'좋아해줘'는 SNS로 연결된 여섯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그리는 작품이다. 최지우는 '좋아해줘'에서 노처녀 스튜디어스 주란 역을 맡았다. 주란은 하루 빨리 직장을 그만두고 새로운 인생을 살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는 인물. 그러다 사기를 당해 자신이 전세를 준 성찬(김주혁 분)의 집에 얹혀 살게 되고, 그와 오누이를 방불케 하는 절친한 사이가 된다.
최지우는 김주혁과 함께 '좋아해줘'의 웃음을 담당한다. 나머지 두 커플이 각각의 갈등으로 긴장감을 만들어 내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는 주란과 성찬이 일상을 공유하며 조금씩 가까워지는 남녀의 모습을 그려내는, 밝은 커플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두 사람은 웃음이 빵빵 터지는 에피소드들을 빚어낸다.
'좋아해줘' 속 최지우의 모습은 귀엽고 사랑스럽다. 다양한 작품에 출연한 그지만, 그간 보여줬던 역할은 다소 우울하거나, 밝더라도 소극적이고 여성스럽기만 한 모습이 많았다. 그러나 이번 영화에서는 그간의 쌓아놓은 이미지들을 내려놓고, 웃음을 저격한 여러 장면들을 만들었다. 가히 '웃음 사냥꾼'이라고 칭할만 하다.
그 중에서도 특별한 장면은 노래방 장면이다. 직장 상사에게 잘 보이기 위해 밑도 끝도 없는 '아부 댄스'를 추는 최지우의 모습은 처량하면서도 귀여워 웃음을 자아낸다. 이전 최지우의 모습에서는 상상하기 힘들었던 변화다.
이처럼 최지우가 재밌어진 것에는 예능프로그램 출연의 공이 컸다. 최지우는 지난해 예능 프로그램 출연으로 당차고 귀여운 매력의 캐릭터로 이른바 '재발견 배우'의 위치에 섰는데, tvN '삼시세끼'에 출연해 까칠한 이서진을 무장해제시키는 깔끔하고 귀여운 성격을 보여주며 인기를 얻었던 게 시작이었다. 이후 그는 '꽃보다 할배'에서 할배들을 살뜰하게 챙기는 딸 같은 모습으로, 이서진과는 여동생과 연인 사이 느낌의 '썸'을 만들어 호응을 얻었다. 이후 출연한 '두번째 스무살'에서는 제2의 인생을 꿈꾸는 노라로 분해 드라마의 인기를 견인했다.
여전히 최지우는 우아하고 예쁘다. 거기에 더해진 이처럼 밝고 유쾌한 이미지는 배우로서 매우 적절한 진화의 산물이다. 연기의 스펙트럼을 넓혔다고도 표현할 수 있을까? 조금의 과장을 섞어, '좋아해줘'는 최지우의 기분 좋은 변신만으로도 볼만한 가치가 있는 작품이다. /eujenej@osen.co.kr
[사진] '좋아해줘' 스틸 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