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이기 전에 엄마다.” MBC 주말드라마 ‘엄마’가 이름만 들어도 뭉클한 감동을 안기는 숭고한 단어인 엄마를 제목으로 내세운 자신감은 이유가 있었다. ‘엄마’는 막장 주말 드라마 전성시대 속 착한 주말 드라마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고마운 드라마였다.
지난 21일 종영한 50부작 ‘엄마’는 ‘전원일기’, ‘행복한 여자’, ‘엄마의 바다’, ‘자반 고등어’, ‘그대 그리고 나’, ‘그 여자네 집’, ‘한강수타령’ 등을 집필하며 우리 시대 소시민의 이야기를 감성적으로 집필한 김정수 작가의 작품. 자극적인 막장 드라마와 그 궤가 다른 김 작가의 작품답게 50부작 주말 드라마인데도 개연성을 잃지 않으면서 흥미를 자극했다.
장성한 자녀를 두고 있는 엄마 윤정애(차화연 분)를 중심으로 이기적인 자녀들과의 갈등, 새로운 행복을 찾아가는 엄마 정애의 이야기가 50부 동안 담겼다. 우리네 인생이 그러하듯 정애와 그의 자녀들은 늘 갈등을 겪었다. 엄마 정애의 속앓이 역시 반복되며 주부 시청자들과 공감대를 형성했다.
마지막 회까지 자녀들은 엄마 앞에서는 철부지였다. 정애는 맏딸 김윤희(장서희 분)가 신부전 4기로 목숨이 위태롭게 되자 “여자이기 전에 엄마”라면서 희생을 했다. 바로 장성한 자녀들 대신에 신장 이식을 감행한 것. 다행히 신장 이식은 성공리에 이뤄졌고 가족들은 모두 행복한 웃음을 찾았다. 정애는 여전히 자녀들을 위한 ‘5분 대기조’였다. 자녀들을 위해 끝도 없이 희생하는 엄마, 그런 엄마 앞에서는 평생 이기적인 자녀들의 모습은 우리네 모습과 많이 닮아 있었다. 그래서 수술실에 들어가는 정애의 딱한 모습이 눈물샘을 자극했다.
지난 해 9월 5일 첫 방송된 이 드라마는 중반 이후 20%대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동시간대 1위를 지켜왔다. 보통 주말 드라마는 말도 되지 않는 자극적인 전개로 시청률을 올리는 습성이 있는데, 김 작가의 ‘엄마’는 고맙게도 막장 드라마와 다른 선택을 했다. 자녀들의 이기적인 성향이 짜증을 유발하긴 해도 각자의 사정이 있었고 도를 넘어서진 않았다.
정애는 고단한 삶을 살면서도 자녀들에 대한 애정이 가득했고, 자녀들 역시 순간순간 엇나가도 가족이라는 테두리를 벗어나는 비도덕적인 행동을 하진 않았다. 그래서 우리네 현실 가족의 모습을 ‘엄마’에서 발견할 수 있었고, 함께 고민을 하며 드라마를 볼 수 있었다. 재밌으면서도 설득력 있고, 감동적이면서도 억지스럽지 않은 전개, ‘엄마’가 착한 드라마를 표방하면서도 인기를 끄는 이유였다.
배우들의 따뜻함이 묻어나는 연기도 돋보였다. 차화연의 보고만 있어도 포근하고 애달픈 엄마 연기는 안방극장을 무수히 울렸다. 한편 ‘엄마’ 후속작인 ‘가화만사성’은 중국집 배달부로 시작해 차이나타운 최대 중식당을 오픈하게 된 봉삼봉 가족들의 뒷목 잡는 사건과 이를 통해 한 단계 성장하는 훈훈한 가족 드라마다. 오는 27일 첫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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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MBC 제공, '엄마'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