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막장은 아닐거야.'
SBS 주말드라마 '그래 그런거야'를 바라보는 시청자의 시선이다. 한집에 사는 홀시아버지와 과부며느리를 향한 이들의 마음은 왠지 조마조마하다. '막장 드라마'에 너무 익숙해진 탓일까.
지난 21일 방송된 '그래 그런거야' 4회에서는 유민호(노주현 분)와 그의 며느리 이지선(서지혜)가 주고 받은 대화가 주목받았다. 앞서 흉칙한 소문에 휩싸여, 가족들의 다툼까지 유발했던 두 사람의 관계가 또 한 번 부각된 것.
이날 지선은 자신의 시아버지에게 죽은 남편을 잊어가고 있다고 했다.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도 해볼 마음도 드러냈다. 조건으로 내건 것은 딱 하나, "아버님이 먼저 재혼하라"는 것. "이러고 계시는 데 제가 어떻게 먼저 시집을 가느냐"고 홀로인 사이버지 민호의 재혼을 권했다.
이에 민호는 "네가 먼저해. 너가 하면 하겠다. 순서를 바꾸자"고 제안했다. 결혼 2달 만에 과부가 되고, 이후 5년이나 자신과 단 둘이 함께 산 며느리에 대한 배려였을 터. 며느리보다는 이제는 딸 같이 느껴진 시아버지의 따뜻한 마음 말이다.
그런데 이걸 보는 시청자는 왠지 불편하다. 극중 사람들의 몹쓸 소문정도로 치부됐던, 두 사람을 보는 시선이, 시청자에게도 적용된 것일까. 아니면 시종 막장 드라마에 노출되어, 학습된 효과일까. 며느리를 보는 유민호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는 반응 역시 이런 맥락이다.
이는 앞서 2회에서 두 사람이 주고 받던 대사나 행동들이 영향을 끼쳤다. 만취했다는 사실을 안 며느리가 시아버지를 향해 "망나니, 떼쟁이, 팔대독자도 어린이도 아니고 창피해서 얼굴을 못 들겠다", "처절하게 반성하라"고 말하자 웃으며 "이미 처절하게 반성하고 있다"는 시아버지. 누구보다 서로를 편하게 대하고, 의지하고, 위하는 모습들이 기존에 봐왔던 시아버지-며느리의 관계보다 유독 돈독해 보였던 것.
물론 '따뜻한 가족극'을 전면에 내세웠던 '그래, 그런거야'가 그러한 전개를 펼칠 게 아닐 거라는 것쯤은 안다. 그런데도 여전히 두 사람의 이야기에 그런 우려의 시선이 반복되는 것은 어떤 이유일까.
'그래 그런거야'는 3대에 걸친 대가족이 사는 이야기를 담는다. 1인 가구가 늘어나는 요즘 같은 시대에는 좀처럼 볼 수 없는 환경이, 여기저기서 쏟아지는 에피소드 홍수를 감당할 수 없는 것일까. 가부장적인 모습, 술에 취해 보이는 주사, 아슬아슬하게 19금을 넘나드는 대사, 다소 과장된 캐릭터들, 전작에서 한 번씩 봤음직한 배우와 장면들의 반복 등은 앞으로 '그래 그런거야'가 넘어야 할 산으로 보인다.
연기파 중견 배우들이 총출동하고, 김수현 작가라는 네임밸류가 만들어 낸 '그래 그런거야'를 향한 시청자의 신뢰는 두텁다. 이같은 신뢰가 자칫 몇몇 요소들로 균열이 생기지 않고, 앞서 내걸었던 것처럼 가족의 소중함을 통해 현대임의 외로움을 따뜻하게 품어주는 그런 정통 가족드라마로 모두가 입을 모을 수 있게 되길, 기대해 보자. / gato@osen.co.kr
[사진] '그래 그런거야'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