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원의 오열이 시청자를 뭉클케 했다. 김현주를 괴롭히는 분명한 악역이지만, 사라진 남편을 그리워하거나 병든 모습에 눈물을 쏟으며 걱정하는 모습은, 분명 또 다른 종류의 사랑이었다. 조금은 삐뚤어졌지만.
지난 21일 방송된 SBS 주말드라마 '애인있어요'(극본 배유미, 연출 최문석)에는 수배중인 민태석(공형진 분)이 딸기농장에서 고생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아픈 몸으로 노동을 이어가며, 외국인 노동자들로부터 위로를 받았고, 농장주에게는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으며 결국 분노를 터뜨렸다.
"내일만 사는 놈은 오늘만 사는 놈한테 죽는다. 난 오늘만 산다"며 영화 '아저씨' 원빈의 대사를 읊조리며 복수를 꿈꾸는 듯 허세도 부렸지만, 지치고 아픈 그는 결국 아내인 최진리(백지원)를 향할 수 밖에 없었다.
인터폰에 비친 남편의 모습에 당황한 진리는 곧장 밖으로 뛰쳐나갔고, 앓고 있는 태석의 모습에 오열 또 오열했다. 태석은 "반갑다 진리야"라고 말한 뒤 '병원가자'는 진리에게 "나 병원 못가"라고 수배중인 자신의 처지를 한탄했다.
진리는 태석을 위해 새엄마 홍세희(나영희)에게 생전 처음 "엄마"라고 부르며 고스톱을 핑계로 안방으로 유인했고, 결국 태석을 몰래 자신의 방 침대에 눕혔다. 또한 약을 챙기러 내려왔다가 진언(지진희)을 보고 놀라서 바닥을 뒹구는 듯한 모습으로, 현재 그의 감정이 어느 정도의 상태인가를 충분히 짐작케 했다.
앞서 진리는 검사까지 협박해 도해강(김현주)에게 실형을 살게 했던 당사자. 그럼에도 진언을 위해 해강이 복수를 하지 않으려는 존재이기도 하다.
여전히 죗값을 하나도 치르지 않은 진리가, 범죄자인 태석까지 숨기며 악행을 이어가고 있는 모습은 분명 잘못이다. 그럼에도, 그의 삐뚤어진 행동들이 조금은 안쓰럽고, 공감이 가는 건, 그가 태석을 향한 마음이 '사랑'이라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기 때문에다.
한편 '애인있어요'는 기억을 잃은 가운데도 남편을 운명처럼 다시 사랑하는 해강과 사랑에 지쳐 헤어진 것이라며 아내와 다시 애절한 사랑을 시작하는 남편 진언의 이야기를 다루는 드라마. 매주 토, 일요일 오후 10시 방송되며 종영까지 단 2회 만을 남겨뒀다. / gato@osen.co.kr
[사진] '애인있어요'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