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0월 첫 방송을 시작했던 SBS 예능 프로그램 '정글의 법칙'이 최근 200회를 맞이했다. 야생 그대로의 정글에서 생존하는 과정을 담은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인 '정글의 법칙'은 아프리카 나미비아에서 첫 생존을 시작해 아마존, 시베리아, 히말라야 등 익히 알려진 극한의 장소는 물론, 바누아투, 미크로네시아, 브루나이, 니카라과 등 생소한 장소에 이르기까지 지구 곳곳에 숨겨진 정글을 누볐다.
벌써 햇수로만 6년 째. 현재 방송 중인 파나마 편까지, 23기에 이르기까지 지상파 동시간대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으며 SBS의 대표 예능 프로그램으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이번 파나마 편 역시 순항 중인데 지난 12일 방송된 200회는 전국 기준 14.4%(닐슨코리아), 수도권 기준 16.5%의 높은 시청률을 얻었다.
파나마는 지구 반대편, 대서양 카리브 해와 태평양 사이에 있는 곳으로 국내에서는 직항 항공편이 없어 최소 한 번은 경유를 해야 하는데, 이에 제작진과 멤버들은 꼬박 24시간을 비행기에서 보내고서야 땅을 밟을 수 있었다고 한다. 가는 길 뿐만 아니라 알려진 것이 없는 파나마 속에서의 생존이 낯설 수밖에 없었다.
'런닝맨', '인기가요' 조연출을 거쳐 이번 파나마 편을 통해 처음으로 연출을 맡은 이세영 PD 역시 마찬가지. 지금까지는 시청자의 입장으로 프로그램을 봐왔지만 연출자가 되고 나서 겪게 된 정글은 힘들다는 말이 절로 나오는 예측 불가능의 세상이었다.
- 왜 하필 '정글의 법칙'을 맡게 되었나.
"인생을 살면서 언제 이런 경험을 해보겠나 싶었다. 정글 안에서의 경험 자체가 매력적이다. 그리고 '정글의 법칙'은 어떤 다른 포맷과도 겹치지 않는 특이한 프로그램이다. 지금도 장르를 뭐라고 해야 할 지 모르겠다. 다른 프로그램에서는 느낄 수 없는 '정글의 법칙'만의 특성이나 매력이 있는 것 같다."
- 처음 정글을 다녀온 소감은?
"정말 힘들더라. 프로그램이 안정기에 접어들면 순탄하게 굴러가기 마련이라 시청자 입장에서 봤을 때 '정글의 법칙' 역시 5년이 넘게 방송 됐고 잘 짜여진 시스템 안에서 안정적으로 진행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정글의 법칙'은 매 시즌마다 항상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생긴다. 제작진이 콘트롤 할 수 없는 자연이 있기 때문이다. 5년이 지나도 매 시즌 다른 나라에서 산다는 건 엄청난 도전이더라."
"도시 생활에 익숙해져 있던 사람들이 낯선 자연 속으로 떠나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또 먹지도 못하는 것은 엄청난 도전이다.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가 충족되지 않았다. 저희도 편집실에서 못 씻는 것과 정말 씻고 싶은데 못 씻는 건 정말 다르다. 그리고 그런 도전을 우리가 얼마나 진정성 있게 보여줄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김병만도 항상 본인에게 새로운 것이 주어져야지 시청자들에게도 새로운 것을 보여줄 수 있다는 생각에 준비를 많이 한다."
- 요즘은 선, 후발대로 나뉘어 생존기를 펼친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제작진은 출연자들의 생존에 전혀 개입을 하지 않는다. 자유롭게 생존을 하라고 한다. 출연자들은 그렇게 자연스럽게 성장을 하게 되는데, 예전에는 잘 몰랐기 때문에 위험한 상황에 많이 노출이 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김병만과 제작진 모두 예전과는 달리 위험한 상황에 대한 대처법을 잘 알고 있다. 사실 위험한 것이 좋은 것은 아니지 않나. 김병만은 정글에 대해 박사가 됐다. 그냥 제작진 없이도 정글에서 잘 살 것 같다. 예전보다 물고기에 대해 너무나 잘 알고, 사냥도 잘한다. 그래서 굶을 일이 없다. 자연스럽게 예전보다 극한의 상황이 줄어든 셈이다. 그래서 출연자의 변화를 생각하게 된 거다. 8회동안 같은 출연자가 나와서 같은 모습만을 보여주면 시청자들이 느끼는 재미가 반감될 수 있을 것 같아 선, 후발대로 나누게 됐다."
- 시청자들 사이에서 초심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시청자들은 항상 날 것 같은 느낌을 원하시는 것 같다. 하지만 너무 오랜 시간 방송이 되다 보니 그 때와 똑같은 형식이 될 수는 없다. 김병만이나 제작진 모두 5년 동안 쌓아온 적응력이나 노하우가 있기 때문에 처음과 같을 수는 없다. 그래서 저희도 항상 고민을 한다. 생존이라는 초심을 지키면서도 새로운 형식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어떻게 제공을 해야 하는건지 고민을 많이 한다." /parkj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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