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수록 안쓰러운 정진영이다. 단순한 악역이라고 치부하기엔 짠내가 진동한다. 믿었던 사랑에 이용 당하고, 또 다른 악역에 공격을 받고, 이제는 치매란다.
지난 22일 방송된 MBC 월화드라마 '화려한 유혹'(극본 손영목 차이영, 연출 김상협 김희원) 40회에서는 병원에서 치매 진단을 받는 강석현(정진영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앞서 멍하니 길을 해매며 은수(최강희)만을 찾던 이유가 밝혀진 것.
이날 강석현은 거리를 걸으며, 사람들에게 은수의 행방을 물었고 알 수 없는 행동을 반복했다. 결국 거리의 불량배들에게 지갑까지 강탈 당하는 초라한 봉변을 당하기도 했다. 결국 소식을 듣고 달려온 은수를 보고나서야 정신이 되돌아온 석현은, 은수를 그대로 두고 자리를 떴다.
이후 방문한 병원에서 의사는 석현에게 "자주 반복되고, 기억하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질 수 있다. 앞으로 더 악화될 거다. 6개월 안에 사모님을 몰라볼 수 있다. 치매는 치료가 불가능하다"고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를 건넸다.
석현은 은수를 집으로 들이기 위해 미래(갈소원)의 치료를 담보로 내걸었고, 은수의 원망을 정면으로 받아야 했다. 치매라는 사실을 숨기고, 6개월 동안 은수를 곁에서 보고 싶은 순수한 마음이 만들어 낸 투정이다.
은수가 형우(주상욱)와 마음을 통하는 것까지 알았지만, 딸 일주(차예련)까지 몰아내며 함께 하고 싶었던 은수다. 그런 상황에서 은수는, 석현의 치매사실 보다는 미래의 회복과, 미래를 그렇게 만든 일주에 대한 복수심이 우선이다. 또 형우와의 사랑도 완성하고 싶어한다.
또한 권수명(김창완)은 이런 석현의 숨통을 조이려고 한다. 돌아선 일주는 자신을 여전히 사랑하는 권무혁(김호진)과 결탁해 석현을 곤란하게 만들려는 중. 회장의 지시로 김경민(김정욱)은 재차 변조된 목소리로 은수를 조종해 강석현의 문서를 노린다.
분명 석현이 오랜 시간에 걸쳐 했던 악행을 봤을 때 이는 결국 인과응보다. 하지만, 로맨스에 눈이 멀어 이용당하는 모습이나, 갑자기 그를 덮친 '치매'가 그를 안쓰럽게 보이게 했다. 이제 곧 모든 기억을 잃게 될 그가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
한편 ‘화려한 유혹’은 범접할 수 없는 상위 1% 상류사회에 본의 아니게 진입한 여자가 일으키는 파장을 다룬 드라마로 매주 월화 오후 10시에 방송된다. / gato@osen.co.kr
[사진] '화려한 유혹'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