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 영화에는 추억을 소환하는 노래가 있다. 영화 ‘클래식’(감독 곽재용, 2003)에는 자전거 탄 풍경의 ‘너에게 난, 나에게 넌’이 있고, ‘건축학개론’(감독 이용주, 2012)에는 전람회의 ‘기억의 습작’이 있는 것처럼 ‘순정’(감독 이은희, 2016)에는 강수지의 ‘보라빛 향기’가 있다. 노래는 그 어떤 것보다 강력하게 관객들을 추억 속으로 빨려들어가게 한다.
‘클래식’은 지혜(손예진 분)가 어느 날 35년 전 엄마의 일기장에 담긴 첫사랑의 흔적을 발견하면서 벌어지는 운명 같은 사랑을 그린 작품. 누구나 한 번쯤 찾아오는 첫사랑의 감동을 선사한다.
이 영화에서는 손예진과 조인성이 함께 겉옷으로 비를 막으며 달리는 장면만큼이나 ‘너에게 난, 나에게 넌’이 큰 사랑을 받았다. OST를 들으면 영화 속 장면이 바로 떠오를 정도. 이 노래는 개봉한지 13년이나 지났지만 여전히 영화가 줬던 감동을 소환하는데 큰 몫을 하고 있다.
비교적 최근에 개봉한 ‘건축학개론’ 속 노래는 본격적으로 과거 추억과 깊은 연관이 있다. ‘건축학개론’은 첫사랑의 기억으로 얽혀 있는 승민(엄태웅, 이제훈)과 서연(한가인, 수지), 두 남녀가 15년이 지난 후 다시 만나 함께 집을 짓는 과정을 통해 새로운 감정을 쌓아가는 이야기를 다른 영화.
극중 서연(수지 분)은 승민(이제훈 분)에게 CD플레이어로 1994년 발매된 전람회의 1집 수록곡 ‘기억의 습작’을 들려줬다. 이 노래는 곧 승민과 서연의 순수했던 첫사랑을 상징함과 동시에 관객들에게 90년대 감성을 전달한다.
오는 24일 개봉하는 ‘순정’에서는 1990년 강수지의 데뷔곡 ‘보라빛 향기’가 있다. ‘순정’은 라디오 생방송 도중 DJ에게 도착한 23년 전 과거에서 온 편지를 통해 현재와 과거를 넘나드는 애틋한 첫사랑과 다섯 친구들의 우정을 담은 감성드라마.
여기서 수옥(김소현 분)은 ‘보라빛 향기’를 통해 범실(도경수 분)에게 조심스럽게 마음을 전달한다. 즉 수옥과 범실의 첫사랑을 표현하는 중요한 곡이다. 동시에 1991년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순정’이니만큼 강수지의 ‘보라빛 향기’로 그 시절을 추억하게 한다.
또한 ‘순정’에는 라디오를 통해 과거를 추억하며 아날로그 감성을 살리고 있다. ‘보라빛 향기’ 이외에도 캔자스의 ‘Dust in the wind’, 아하의 ‘Take on me’, 무한궤도의 ‘여름이야기’, 김민우의 ‘사랑일 뿐이야’ 등 추억의 올드팝과 90년대 가요들이 그 시절의 추억을 되살린다. / besodam@osen.co.kr
[사진] '순정'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