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강하늘은 나긋나긋 상냥하고 친절한 사람이다. 마주하는 누구에게나 예의 바르고 편하게 말을 건넬 수 있는 그는 자상함을 무기로 여심을 사로잡는, 딱 교회 오빠 스타일이다. 연애경험도 풍부하다. 하지만 이 같은 이미지도 스크린 안으로 들어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스물'부터 '좋아해줘'와 '동주'까지, 어쩐지 영화 속 강하늘은 늘 이성의 앞에서 어찌할 바를 모르는 숙맥 청년이 돼버린다.
강하늘이 연애 초보의 모습으로 처음 관객들을 만났던 작품은 영화 '스물'이다. '스물'에서 그는 연애에 서툰 경재 역을 맡아 관객들에게 큰 웃음을 줬다. 그가 보여준 어리바리한 캐릭터는 실제 배우의 성격이 그런 것은 아닌가 하는 착각을 줄 정도.
최근 개봉한 '좋아해줘'에서도 강하늘은 연애를 해본 적 없는 모태 솔로 수호 역을 맡았다. 좋아하는 사람을 그저 바라보기만 하는 수호는 연애 고수인 나연(이솜 분)을 좋아하게 되면서 서툰 사랑을 시작한다. 그 가운데 재밌는 에피소드들이 펼쳐진다. SNS로 '냉면을 좋아한다. 번개를 하자'는 나연에게 '냉면을 이미 먹었다'고 있는 그대로 정직한 답을 보내는 모습은 순수함 그 자체.
심지어 윤동주의 삶을 다룬 영화 '동주'에서도 강하늘은 숙맥을 연기했다. 그는 주인공 윤동주 역을 맡았는데, 윤동주 역시 좋아하는 이성에게는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지 못하고 딱딱하게 구는 캐릭터. 강하늘은 늘 그렇듯 자신의 전문인 숙맥 연기를 제대로 해냈다. '동주'가 비극을 깔고 있는 영화임에도 밝은 구석을 갖고 있다면, 그 또래 젊은이 특유의 순수함을 갖춘 강하늘의 윤동주 캐릭터 때문이다.
TV 속에서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그간 강하늘은 엠넷 '몬스타'부터 SBS '상속자들', '엔젤아이즈', tvN '미생' 등 다양한 작품에 출연했는데, 여기서 맡은 역할들도 대부분 바람둥이 보다는 숙맥에 가까웠다. '몬스타'의 선우는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에 스스로도 당황하는 차가운 '냉미남'이었고, '상속자들' 속 학생회장 효신도, '미생' 속 장백기도 이성 보다는 다른 것에 관심이 많은, 다소 의뭉스러운 인물이었다.
대체 왜 강하늘은 유독 이런 캐릭터들을 맡게 되는 것일까? 그는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부분 연애를 못 하는 역할로 나왔다.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내가 날 무대나 스크린에서 봤을 때 바람둥이 역할 보다는 연애 못하는 역할이 더 어울리지 않나 생각한다"고 생각을 드러냈다.
또 OSEN과의 인터뷰에서는 "연애 고수는 아니지만 연애 숙맥까지는 아니다"라며 연애 초보 전문 배우라는 말에 "내가 연애의 고수는 아니지만 숙맥은 아니다. 모태 솔로는 더더욱 아니다. 모태 솔로를 연기한다는 느낌보다는 좋아하는 사람한테 설레서 소심하게 다가가는 연기로 생각했다. 모태 솔로는 너무 광범위한 느낌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강하늘은 또래들 보다 조금 채도와 명도가 높은, 순수한 인물을 잘 연기한다. 하얀 피부와 맑은 눈빛 등 외모 탓도 있을 것이다. 다행인 것은 그가 이제 스물 일곱, 미래가 창창한 젊은 배우라는 점이다. 아직까지 보여줄 수 있는 것들이 많다. 언젠가는 숙맥 연기가 어울리지 않는 날도 올 것이다. 그처럼 나이에 걸맞은 캐릭터를 실감나게,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것은 축복이다. /eujenej@osen.co.kr
[사진] '좋아해줘' 스틸 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