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각관계에 피해를 보는 건 남녀주인공 캐릭터뿐만이 아니다. 오히려 어장에 걸린 이후 홀로 남겨질 서브남이 더욱 마음을 안타깝게 한다.
tvN 월화드라마 ‘치즈인더트랩’(극본 김남희 고선희, 연출 이윤정, 이하 ‘치인트’)에서 서강준이 연기한 백인호가 그렇다. 이 드라마는 캐스팅 과정부터 한창 방송되는 지금까지 늘 화제의 중심에 섰다. 워낙 동명의 원작 팬들이 많았던 터라 많은 기대와 우려 속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다.
그런 우려를 불식시키며 여성 시청자들의 마음에 불을 지른 것엔 인호라는 매력적인 캐릭터가 한몫했다. 인호는 여러 가지로 마음이 가는 캐릭터다. 과거의 상처를 가지고 있고,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는 툴툴대면서도 늘 신경 써준다. 인호는 청춘을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에서 여성들의 로망을 모두 쓸어 담은 캐릭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때 촉망받던 피아노 천재였지만 사고로 손을 다치면서 꿈을 포기하게 된 아픈 과거를 가지고 있다. 특히 지난달 19일 방송된 6회분에서 장대비 속에서 피아노 영상을 보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은 모성애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이는 시청자만큼이나 홍설(김고은 분)에게도 인호에게 마음을 쓸 수밖에 없게 하는 요소이기도 했다. 그것이 사랑의 감정이든 연민의 감정이든 말이다.
평소의 인호는 설에게 무관심의 탈을 뒤집어 쓴 유관심을 표현해왔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는 ‘츤데레’라고 한다. 곱슬머리의 설을 늘 개털이라고 불렀던 그는 그렇게 부르지 말라는 설의 술주정에 곧바로 달라졌다. 다음 날부터 그녀가 원하는 대로 ‘천연 곱슬’이라고 부르기 시작한 것. 세심함과 동시에 위기에 처한 설을 위해 오영곤(지윤호 분)을 향해 날린 발차기는 여성들의 심장을 어택하는 요소가 됐다.
이처럼 ‘내가 널 왜 좋아하냐, 미쳤냐’는 식의 표현을 하면서도 재채기처럼 숨길 수 없는 사랑을 드러내는 청춘의 미숙함은 마음을 사로잡는 매력 포인트가 됐다. 이는 드라마의 인기를 견인하는데 큰 공헌을 했다. 드라마가 시작된 후 ‘백인호 앓이’에서 나아가 ‘서강준 앓이’에 빠진 여성들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시청자들은 흔한 삼각관계로 빠진 ‘치인트’로 인해 붕괴되려는 백인호 캐릭터를 가만히 볼 수만은 없다. 다소 짓궂고 거친 인호이지만 설을 곤란하게 만들게 하거나 위험에 처하게 하지는 않으려는 깊은 마음을 가지고 있음을 알고 있기 때문. 이는 원작에서뿐만 아니라 드라마 초반 인호의 캐릭터에서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백인호의 캐릭터를 지켜 달라고 부탁하는 시청자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besodam@osen.co.kr
[사진] '치인트'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