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규만의 성과 제 이름의 첫 글자가 가서 그런지 시작부터 애착이 갔어요. 연기를 하면서도 감이 좋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왠지 모르게 잘 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죠. 뒷심도 받은 것 같네요.”
SBS 드라마 ‘리멤버-아들의 전쟁’을 성공적으로 마친 배우 남궁민의 표정은 밝고 해맑았지만 결코 들뜬 모습은 아니었다. 기자들의 질문에 곰곰이 생각하며 한 문장 한 문장 곱씹으며 대답하는 모습에서 17년 차 연기 베테랑다운 면모가 느꼈다.
남궁민은 23일 오전 서울 논현동 935 사옥에서 진행된 OSEN과의 인터뷰에서 “연기를 하면서 내가 배역에 어울리는지 아닌지 그런 감이 오는데 이번엔 정말 느낌이 좋았다. 어떻게 보면 그게 다 감독님이 덕분이다. 일주일에 70분짜리 2편을 지휘하면서 배우에 대한 끈을 놓지 않으셨고 믿음을 주는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 다음에 이창민 감독님이 저를 불러주시면 어떤 배역이든 관계없이 또 같이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남궁민은 사실 ‘리멤버’의 주인공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역대급 악역으로 손꼽히며 극 전체를 아우르며 시청자들의 전폭적인 사랑을 받았다. 지난 해 방송된 드라마 ‘냄새를 보는 소녀’ 이후 다시 한 번 악역을 선택한 건데, 연이은 악역이 진부하다는 평가를 얻을 걸로 예상됐지만 180도 다른 독보적인 캐릭터를 완성하며 이른바 ‘악역 끝판왕’ 자리에 올랐다.
그 역시 화내는 연기가 어려웠다고 했다. “너무 쉽지 않더라. 특히 법정 장면에선 문을 나가자마자 ‘진짜 죽겠다’ 싶었다. 소리를 계속 지르니까 성대가 강해진 것 같기도 하다. 화내는 연기는 종류별로 마스터 한 것 같다.(웃음) 시언이와 둘이 미리 합을 짰다. 대본에 없는 대사도 툭툭 튀어나올 정도로 잘 맞았다”고 촬영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남궁민은 자신의 공을 연신 이창민 감독에게 돌렸다. “고구마가 아닌 드라마를 하고 싶은데 그게 아니면서 끝까지 가기가 너무 힘들었다. 지금도 되게 마무리가 잘됐다고 생각을 한다. 감독님이 흔들리지 않고 잘 이끌어주셨던 것 같다”고 했다.
남궁민은 지난해 방송된 드라마 ‘냄새를 보는 소녀’에서 살인자 권재희 역할을 맡아 시청자들로부터 악역을 잘 소화한다는 정평을 받은 바 있다. 하지만 올해도 이어진 악역에 일각에선 ‘또 다시 악역이냐’는 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그는 “또 남궁민이 악역을 하냐는 말씀도 있었는데 제가 보기엔 모두 아 다른 캐릭터였다. 이번엔 연기 패턴을 너무 무겁고 무섭게만 가면 안 되겠다는 것을 느껴서 일부러 위트를 주려고 심각함 속에 어설픔을 넣어보려 했다. 그런 부분을 시청자분들이 좋아해주셨던 것 같다. 처음에 착한 역할만 했을 때는 남궁민이 어떻게 나쁜 역할을 할 수 있겠느냐는 말을 들었는데 요즘엔 또 반대로 생각하시지 않나”고 답하며 기분 좋게 웃었다.
남궁민은 ‘리멤버’ 속 남규만을 만나 물오른 연기력을 뽐냈다. 실제 성격이 그럴지도 모른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킨 것. 본래 연기 잘하는 배우로 손꼽혔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는 반응이 줄을 이었다. 분명 뒷목을 잡게 만드는 ‘갑질 금수저’이고, 벌을 받아야 하는 대상이 틀림없는데 그가 하는 짓이나 말투는 매회 화제를 모았다. 악해질수록 오히려 더 큰 사랑을 받은 것이다. ‘리멤버’ 속에서 수많은 명장면이 탄생했지만, 동생 여경(정혜성 분)에게 범행을 고백한 뒤 짓던 표정은 혀를 내두르게 만들었다. 더불어 아버지에게 버림받은 뒤 흘리는 눈물은 악역임에도 연민을 느끼게 했다.
남궁민은 이어 같이 호흡을 맞춘 유승호에 대한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사실 저는 애드리브를 많이 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작가님도 이해를 해주셨고 저도 모르게 튀어나온 대사들이 자연스럽게 흘러가서 남규만이라는 캐릭터가 잘 표현된 것 같다. 같이 연기한 친구들이 참 바르고 좋은 친구들이라 합이 잘 맞았다”고 말했다.
“남규만 캐릭터에서 제가 빠져나올지 못할까봐 걱정하지 못하는 분도 계시는데 걱정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앞으로 또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앞으로도 자만하지 않겠다. 다음 작품에서는 또 스트레스를 받고 또 고민을 하겠지만…(웃음)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겉 같다.”/ purplish@osen.co.kr
[사진]935 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