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비열하고 얍삽한지 보는 내내 화가 치밀어 올랐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선 가족도 버리는 매정한 역할을 맡은 배우 차예련이 가슴 속 깊은 곳에서 울분을 차오르게 했다. 이제는 외모가 아닌 연기가 보이기 시작한 순간이었다.
MBC 월화드라마 ‘화려한 유혹’(극본 손영목 차이영, 연출 김상협 김희원)은 범접할 수 없는 상위 1% 상류사회에 본의 아니게 진입한 여자가 일으키는 파장을 다룬 드라마다. 차예련은 극중 총리 강석현(정진영 분)의 둘째 딸이자 초선 국회의원 강일주를 연기한다.
일주는 오래 전 석현의 비서였던 어머니가 몰래 낳은 혼외자식. 이에 차별과 설움을 받으며 자랐고 멈추지 않는 권력욕과 명예욕을 대놓고 드러내는 인물이다. 아버지 석현의 건강은 뒷전이고, 오로지 국회의원 직을 유지하기 위해 불물 가리지 않는다.
지난 23일 방송된 ‘화려한 유혹’ 41회에서 일주는 신은수(최강희 분)의 딸 홍미래(갈소원 분)가 깨어나면서 진실이 탄로 날까 두려움을 느꼈다. 그녀는 은수의 딸이 죽도록 높은 곳에서 밀었었다. 그동안 진실을 숨겨오며 오만하게 굴었지만, 차츰 미래가 의식을 찾으면서 법의 심판을 받을 위기에 선 것이다.
은수는 병실을 찾은 일주에게 자수할 것으로 제안했지만, 일주는 끝까지 본인의 죄를 인정하지 않고 발뺌했다. 죄를 인정하는 순간 불기속 기소돼 의원직을 상실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자신이 원하는 문서와 돈을 차지하기 위해 치매 진단을 받은 아버지 석현을 이용했다. 그가 기억을 잃었기에 자신도 몰라볼 것이라고 생각한 것.
그녀는 은수가 시켰다고 거짓말하면서 목적을 달성하려 했다. 앞서 석현은 자신을 배신하고 중요 문서를 훔치려던 딸에게 극도로 화를 내며 집에서 내쫓은 바 있다. 다행히 일주가 일을 벌이는 순간 은수가 나타나 상황이 극한으로 치닫는 것은 막을 수 있었다.
이날의 하드캐리는 차예련이었다. 탐욕에 충실한 일주의 속내와 아무렇지 않은 척 연기하는 가식적인 모습을 설득력 있게 표현해 보는 이들을 집중하게 만들었다. 한 인물이 겪는 다양한 감정들을 안정적으로 소화하고 있는 것이다.
차예련은 지난해 10월 첫 방송을 앞두고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10년째 서브 여주라는 타이틀을 없애는 것이 숙제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연기 하겠다”고 포부를 전한 바 있다. 그녀의 노력이 빛을 발한 셈이다.
차예련은 지난 2005년 영화 ‘여고괴담4’로 데뷔해 공포물부터 로맨스까지 다양한 장르에 도전해왔다. 하지만 아직까지 연기자로서 한방을 터뜨리지 못해 안타까움을 유발하는 상태. 하지만 자연스럽고 인상적인 연기로 캐릭터를 훌륭하게 소화하고 있다. ‘화려한 유혹’을 통해 연기자로서 성장할 가능성을 인정받은 차예련이 앞으로 펼치게 될 연기 활동에 관심이 모아진다./ purplish@osen.co.kr
[사진] ‘화려한 유혹’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