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손용호, 기자] 한국인 최초의 미스유니버스 선 장윤정, 그녀가 16년만에 연예계에 복귀했다.
1987년 17살의 나이에 미스코리아 진의 영예를 안은 장윤정은 서울올림픽이 열리던 1988년, 서울에서 열린 미스유니버스에서 당당히 선에 뽑힌다. 이후 연예계에 진출해 다방면에서 재주를 뽐내던 그녀가 홀연히 연예계를 등졌다.
그로부터 16년. 떠날 때도 그랬듯이 갑자기 스크린으로 돌아온다. 국회의원 출마를 선언한 남편(김상훈, 전국택견연합회 회장) 뒷바라지에 영화 촬영까지,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그녀를 만나 그간의 이야기를 들었다.
-한국에는 언제 들어왔나?
▲벌써 2년 됐다. 아이들 학교도 적응시키고, 저도 연기수업 받으며 준비를 하느라 대중 앞에 시간이 걸렸다.
-미국에서 생활은 어땠나.
▲미국에는 2004년 캘리포니아 얼바인 지역으로 갔다. 미국에서 큰딸(중 3), 작은딸( 초등학교 2년)과 살았다. 아빠는 한국에 사업체가 있어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생활했다. 아이들의 적응문제 땜에 귀국을 고민했는데 두 딸이 너무 적응을 잘해서 고마웠다. 미국에서는 친구네 집에 갈 때도 부모가 데려다 주고 데려 오고 했지만 한국에서는 문 밖만 나서면 친구들과 만날 수 있어 딸들이 좋아했다.
-자녀에 대한 교육은 어떻게 하나?
▲훌륭한 엄마는 못 되지만 편안한 엄마는 되는 것 같다. 교육은 방임형으로 본인이 창의적으로 알아서 하게끔 조력만 한다.
-영화에 출연한다고 들었다.
▲이창열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트릭'이라는 영화로 이정진, 김태훈, 강예원 등이 나온다. 이정진은 시청률에 집착하는 다큐멘터리 피디 석진 역할로, 김태훈은 시한부 선고를 받고 아내 영애(강예원)에 의해 극진히 보살핌을 받는 남편 역이다.
-영화에 출연하게 된 계기는?
▲1년전 이창열 감독의 연락을 받았다. 처음에 얘기했던 영화는 '트릭'이 아니었다. 어느 날 대본을 받았다. 카메오 정도로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큰 역을 줘 부담이 컸다.
-영화는 어느 정도 찍었고 어떤 배역을 맡았나.
▲작년 12월초에 크랭크인 해서 현재 내 분량은 촬영을 다 마친 상태다. 영화에서는 병원장으로 나온다.
-16년 만의 활동인데 떨리지 않았나?
▲미스코리아 진, 미스유니버스 선 발표 때도 거짓말 하나 안 보태고 안 떨었는데 첫 촬영에서 너무 떨었다. 첫 신이 환자를 상담하는 장면이었는데 마우스를 잡고 있는 손이 마치 지진 난 듯 떨고 있더라. 후배들도 보고 있고 잘해야겠다는 욕심이 생겨서 그랬던 거 같다. 3번째 신 정도 들어가니 긴장이 풀리면서 무난하게 촬영을 이어갈 수 있었다. 정극이 처음이라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지금 활동하고 있는 미스코리아 후배들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 후배들을 보면 뿌듯하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다. 김성경 언니를 보며 많이 배우고 있다. 연예계 활동을 너무 어린 나이에 시작해서 빨리 싫증을 느꼈다. 방송에 대한 욕심도 없었다. 하지만 쉬면서 내가 정말 축복 받은 사람이었다는 걸 느꼈고 미스유니버스 선이라는 존재감을 딸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새로운 도전에 딸들과의 교감도 있었다.
-항간에 국회의원 출마하는 남편 때문에 연예계에 나온다는 얘기가 있는데.
▲그건 진짜 오해다. 앞에서 얘기했듯이 1년 전에 영화 섭외가 들어와 12월 초 촬영을 하고 내 분량을 거의 마친 상태였다. 그러던 12월 중순 쯤 남편이 "보따리 싸. 나 구미 을 지역에 국회의원 나갈 거야" 라고 선언을 했다. 정말 며칠을 끙끙 앓았다. 왜 이 힘든 길을 가려고 하나 하는 걱정에 밤잠을 설쳤다. 하지만 남편이 나를 믿어 줬던 것처럼 나도 남편을 믿고 밀어 줘야겠다고 생각을 고쳐 먹었다. 선거에 너무 늦게 뛰어들어 불리한 측면이 있지만 최선을 다해 보기로 했다.
-남편은 어떻게 만났나?
▲남편은 전형적인 경상도 '나쁜 남자'다. 98년 남편 친구와 함께 식사 자리에서 만났는데 대면대면 하며 말도 건네지 않았다. 처음에는 '감히 나한테' 하는 오기도 생겼지만 자주 만나서 정이 들고 보니 속이 따뜻한 남자였다. 그래서 결혼을 결심했다.
-정치인 아내로서 각오는?
▲물론 내조를 훌륭히 할 것 이다. 하지만 연예 활동도 나의 삶이니만큼 어느 한 쪽에 소홀하지 않게 최선을 다하겠다. 남편을 쫓아 다니다 만나는 분들이 '당선 되면 올라갈 거 아냐' 라는 말을 많이 하셨다. 그런 분들의 말이 기우였음을 보여 드리겠다. /spjj@osen.co.kr
사진=최규한 기자/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