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도경수와 김소현이 ‘국민첫사랑’ 커플로 우뚝 설 전망이다. 각각 아이돌 출신 배우, 아역배우 수식어를 벗고 전 국민의 첫사랑 향수를 자극한다.
‘순정’(감독 이은희)은 라디오 생방송 도중 DJ에게 23년 전 과거로부터 편지가 도착하고, 이를 통해 그가 애틋한 첫사랑과 다섯 친구의 우정을 기억하게 되는 내용을 그린 감성 드라마다. 영화의 주된 배경은 1991년 전남 고흥의 한 섬마을이다.
도경수는 극중 열일곱 살 소년 범실 역을 맡았다. 무뚝뚝해 자신의 마음을 로맨틱하게 표현하지 못하지만, 미숙해서 더욱 순수한 사랑을 보여준다. 이렇게 범실은 누군가 한 번쯤 겪었던 첫사랑의 감정을 소환한다.
전 세계 소녀 팬들을 이끌고 다니는 아이돌 그룹 엑소의 멤버라는 점은 도경수에게 첫사랑 이미지를 더욱 배가시키는 요소다. 여전히 소년 같은 청량한 외모는 덤이다.
도경수라는 배우가 이미 갖고 있는 장점에 더해 영화에서는 첫사랑 소년이 보여줬으면 하는 판타지적인 장면들을 보여준다. 좋아하는 소녀 수옥(김소현 분)을 위해 등을 내어주는 듬직한 모습, 그녀의 희망이 부서질 것이 두려워 대신 분노를 토하는 모습, 우산에 입을 맞추며 진심을 표현하는 장면 등이다.
그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수옥은 불편한 다리로 섬마을 밖으로 쉽게 나서지 못 하는 소녀다. 소설 ‘소나기’ 속 소녀를 떠올리게 하는 면도 있지만 ‘순정’에서는 수동적이지만은 않다는 점이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특히 자신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나섰던 오총사 친구들을 위해 천연덕스럽게 연기하는 장면은 수옥의 사랑스러움을 배가시킨다.
그런 수옥을 더욱 사랑스럽게 그리는 것은 김소현이 가진 힘이 크다. 김소현은 아역배우로 데뷔해 내로라하는 여배우들의 어린 시절을 연기했다. 그때부터 차근차근 대중의 머릿속에 쌓였던 첫사랑의 이미지가 ‘순정’에서는 빛을 발하게 된 셈이다. 여리여리한 몸매에 청순한 얼굴은 섬마을 아이들이라는 콘셉트 상 어두운 파운데이션을 발라도 청순하고 사랑스럽기만 하다.
첫사랑을 소재로 한 영화는 얼마나 보편적인 감성을 건드릴 수 있느냐에 승패가 갈린다고 할 수 있다.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을 첫사랑이기 때문에 누구에게나 공감을 살 포인트가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다. ‘순정’에서는 이 점을 도경수, 김소현이라는 두 배우가 제대로 해내고 있다. / besodam@osen.co.kr
[사진] '순정'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