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만의 결말을 만들겠다."
tvN 월화드라마 '치즈인더트랩' 제작진이 최근 드라마를 겨눈 일부 시청자의 불만과, 해당 작품을 놓고 크게 불거진 각종 루머와 논란에 대해 내놓은 입장이다.
'치즈인더트랩' 제작진은 24일 OSEN에 "원작이 아직 끝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드라마 만의 결말을 만들어 가려고 한다. 남은 2회와 결말을 끝까지 지켜봐달라"고 당부했다.
이는 어딘가 이상해지고 있는 '치즈인더트랩'(극본 김남희 고선희, 연출 이윤정)에 대한 제작진의 항변이다. 방송 전 원작 웹툰의 팬덤의 우려까지 단박에 불식시켰던 게 얼마 전 같은데, 새로운 불만들이 스물스물 표면으로 드러나고 있다.
단순한 '내 스타 감싸기'나, '기존 원작과 다르다'는 일차원적 불평이나 불만은 그냥 쉬이 넘기면 된다. 웬만한 드라마들은 늘 이런 불만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왔다. 다만, 작품의 기본 취지라든가 대본이나 구성의 허술함에 대한 것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더욱이 앞으로 방송이 2회 정도가 더 남아있는 '치즈인더트랩'은 모든 촬영이 끝난 반(半)사전 제작드라마가 아니었던가. 때문에 생방송 촬영 등의 시스템적 상황에 등 떠밀려 만들어진 엉성한 내용은 아니라는 소리가 된다. 그렇다면 '치즈인더트랩'은 무엇 때문에 이렇게 길을 잃고 헤매는 것일까.
모두가 알다시피 '치즈인더트랩'은 이미 오랜 시간 연재됐던 순끼 작가의 동명의 웹툰이 존재한다. 앞서 방송됐던 내용들의 상당 부분, 예컨대 캐릭터들의 프로필이나 성격 등은 고스란히 드라마로 옮겨져 왔다. 작품 전반을 이끌었던 굵직한 에피소드들이나 현실성 짙은 밉상 악역들이 그랬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이제 드라마 '치즈인더트랩'은 검증이 어느 정도 끝났던 원작의 내용을 더 넘어가 새로운 에피소드를 구성해야 하고, 아직도 현재진행형인 원작 내용을 뛰어넘어 드라마의 엔딩을 새롭게 창조해 내야 한다. 현재 드러나는 인물들의 관계나, 변형된 에피소드는 분명 그들이 창조한 엔딩을 위한 밑밥 쯤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초중반의 내용과 중후반이 분리된 듯 지나치게 괴리감이 느껴지는 것은 분명 제작진이 책임을 벗어나지 못할 사안의 문제다. 원작이 있고 없고에 따라, 작품의 내용이 흔들려서는 안 됐다. 모두를 만족시키는 답안은 없겠지만, 시청하는 많은 이들이 납득되지 않을 전개를 갑자기 끄집어내서도 안 된다.
'치즈인더트랩'이 초반에 사람들의 관심과 인기, 호평이 합을 이뤘던 이유를 떠올려야 할 때다. tvN 시청률 7%를 넘어서고 tvN 월화드라마의 최고 시청률을 새롭게 써내려 갔던 순간 말이다.
'치즈인더트랩'은 원작 웹툰의 로맨스릴러(로맨스+스릴러)라는 독특한 장르를 차용해 사랑을 받았다. 위험한 본성을 숨긴 완벽 스펙남 유정(박해진 분)은 유일하게 자신의 본모습을 꿰뚫어본 비범한 여대생 홍설(김고은)과 힘겨운 로맨스는 흥미를 유발하기 충분했다.
신선한 장르와 본 적 없는 유정 캐릭터는 드라마 초반 '치즈인더트랩'의 인기 불씨를 확실하게 지피는데 기인했다. 어딘가 상처을 숨기고 있고 조금은 비뚤어진 듯한 백인호(서강준) 역시 사랑을 받던 캐릭터다. 주관이 뚜렷하고 모든 것에 똑부러진 홍설은 또 어땠나.
그런데 지금은 앞선 설정들이 당최 어디로 몽땅 증발했는지, 그저 TV에 반복되던 흔한 삼각 멜로물을 보는 듯 하다. 남자 둘에 여자 한 명의 드라마는, 둘러보면 어디라도 많다. 그걸 '치즈인더트랩'에서 똑같이 요구했던 이는 없다.
반사전 제작 드라마라는 게 무색할 지경이다. 이제 '치즈인더트랩'은 창조해 낸 엔딩이라는 가장 큰 난관이 남았다. 원작에 없던, 제작진의 손을 거쳐 새롭게 만들어진 엔딩이 지금처럼 뿔 난 시청자들을 어디까지 만족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또한 작품적으로 얼마만큼 완성도를 유지할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딱 2회가 남아있는 '치즈인더트랩'이 시청자, 원작팬, 순끼 작가, 출연 배우들 중 누구에게 박수를 받고, 누구의 원망을 듣게 될지, 엔딩이 공개된 후 반응이 궁금하다. 제작진이 만들어 낸 드라마 만의 엔딩은 '고구마'처럼 답답함을 안기게 될까, 아니면 지금의 논란까지 몽땅 씻겨내는 '사이다'처럼 속 시원한 결말이 될까. 이제 종영까지 6일의 시간이 남았다. / gato@osen.co.kr
[사진] tvN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