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주말드라마 ‘내 딸 금사월’(극본 김순옥, 연출 백호민)은 34.9%(닐슨코리아 제공·전국 기준)라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인기 드라마다. 특히 40~60대 주부들의 사랑을 독차지 하고 있다. 하지만 하늘을 찌를 듯한 높은 시청률이 곧, 좋은 드라마는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 매 회 이해할 수 없는 전개가 펼쳐지고 있는 데다 가끔씩 황당한 장면들이 불쑥 튀어나와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더불어 대놓고 등장하는 PPL(간접광고)도 한몫을 더한다. 간접광고는 상품 노출 횟수를 조율해 기업으로부터 제작비 지원을 받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너무 눈에 띄게 드러내 작품과 제품이 함께 욕을 먹고 있다. 한 번의 실수로 되돌리지 못할 피해를 주는 PPL 때문에 작품이 함께 수면 아래에서 허우적거리는 것이다.
#모든 것을 주겠다던 강찬빈의 변심
사랑하던 여자가 하루아침에 철천지원수가 됐다. 이보다 더 갑작스럽게 돌변할 순 없었다. 강찬빈(윤현민 분)은 길러준 어머니로서 신득예(전인화 분)를 사랑했고 특히나 금사월(백진희 분)에 대한 애정은 누구도 막을 수 없었다. 그간 사월과 몇 차례 이별과 만남이 반복됐지만, 이젠 정말 남이 된 듯싶었다. 득예가 강만후(손창민 분)에게 복수를 감행하고, 보금그룹 취임식에 참석한 모습을 보고 기함을 금치 못한 찬빈은 사월에게 독설을 퍼부었다.
그는 “우린 처음부터 만나면 안 되는 사이였어. 다신 얼굴 볼 일 없었으면 좋겠다”고 황당한 말을 늘어놨다. 찬빈의 분노와 배신감이 컸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어제까지 좋아하던 여자에게 이렇게 모질게 대할 순 없는 노릇이다. 찬빈은 득예로부터 보금그룹을 되찾아 아버지에게 돌려주고자 애쓰고 있다. 그가 파렴치한 아버지의 편에 서면서, 연인이었던 사월에게 마음이 떠나간 모습은 다소 이해하기 어렵다.
#복수 위해 딸 결혼식 망친 비정한 엄마 신득예
복수를 위해 살아온 득예가 ‘쇼윈도 남편’인 만후의 죄를 만천하에 까발리면서 사월의 결혼식을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 사랑하지만, 외적인 조건으로 이별을 반복하던 사월과 찬빈이 결국 결혼식을 올렸으나 엄마의 계획적인 방해로 관계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결혼식까지 망치면서 만후의 만행을 까발려 이목을 집중시켰기 때문이다.
득예는 “날 이렇게 만든 건 강만후 당신이야. 은혜를 원수로 갚은 너 때문에 난 모든 걸 다 잃었다”고 남편에게 책임을 떠밀었다. 그러면서 부모님과 소탈하게 살고 싶었다면서 만후가 가족을 빼앗아갔다고 원망했다. 자신의 딸이 받을 상처는 생각하지 않는 비정한 엄마였다. 딸을 찾아 행복하게 살려는 생각보다 과거에 사로잡혀 현재와 미래를 잃어버린, 불행한 득예의 모습이 역력하게 드러난 장면이었다.
#복수하기 전까진 못 죽어…불사조 이홍도
교통사고를 당한 이홍도(송하윤 분)가 살아 돌아왔다. 세상에서 가장 못된 오혜상(박세영 분)이 법적 처벌을 받기 전까진 쉽게 눈감을 수 없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 같다. 극중 가장 시원한 행보를 걷는다고 해서 소위 ‘사이다녀’라는 별명이 붙긴 했지만 사고를 당했음에도 살아있게 만든 것은 억지스러웠다. 만후와 혜상의 추악한 진실을 폭로하려던 홍도가 교통사고로 사망한다는 어처구니없는 이야기가 펼쳐쳐 시청자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줬다.
홍도는 자신의 정체를 숨겨야 하는 남편 임시로(최대철 분)에게 납치되다시피 해서 자동차 안에 갇혔는데 혜상이 차에 탈 때까지도 자리를 뜨지 않고 소리만 질렀다. 결국 그녀는 혜상의 난폭 운전과 차량 결함으로 사고를 당했고 사망한 것으로 그려졌다. 그러나 며칠 후 얼굴을 가린 채 득예 앞에 나타나 도와달라고 애원했다. 그녀가 사고현장에 있던 혜상의 가방끈을 증거로 제시하면서 혜상이 법적 처벌을 받을 가능성을 높였다./ purplish@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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