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스타들의 가상 결혼생활을 다루는 MBC 예능 ‘우리 결혼했어요’(이하 우결)는 지난 2008년 첫 방송을 시작했을 때부터 시청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으며 높은 인기를 끌었다. 가상 결혼이라는, 혼동을 주지 않는 명확한 기준이 있긴 했지만 대본이 없는 덕분에 가까이서 보기 힘든 스타들의 연애 방법을 확인할 수 있어 흥미를 자극했다.
어느덧 방송 9년 차를 맞이한 이 장수 프로그램에 많은 스타들이 다녀갔고, 그들은 이른바 대세 스타들로 떠올랐다. 가상 부부라는 새로운 콘셉트가 안방극장에 통하면서 타 방송사에서도 이 프로그램을 모방한 리얼리티가 탄생하기도 했다.
지난해 JTBC는 결혼 때문에 고민하는 대한민국 만혼 남녀들을 위한 결혼 미리 보기 프로젝트 ‘님과 함께2-최고의 사랑’(이하 님과 함께)을 내놓았다. 결혼만 빼고 다 해 본 대한민국 대표 만혼 남녀들의 리얼한 가상 결혼 생활을 그렸는데, ‘우결’ 콘셉트를 차용하긴 했지만 연령대를 높이면서 현실적이라는 평가를 얻고 있다.
또 채널A의 ‘아내가 뿔났다-남편밥상’은 박미선 이봉원 홍서범 조갑경 등 실제 부부를 캐스팅하긴 했지만 부부의 일상을 그린다는 점에서 큰 줄기는 같이 한다. ‘우결’이 사실상 원조인 것이다.
‘님과 함께’에 뒤늦게 합류한 개그맨 윤정수, 김숙 커플이 시청률 7%를 돌파하면 ‘결혼을 하겠다’고 공약을 내걸었는데 이제 단 2%만을 남겨 놓고 있을 만큼 인기다. 최고 시청률이 5.091%(닐슨코리아, 전국유료방송가구 기준)를 기록한 것. 더불어 개그맨 허경환 오나미 커플도 솔직하면서도 귀여운 매력을 발산하며 시청률 상승에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아내가 뿔났다’도 주부들의 이목을 끌면서 잔잔한 재미를 안기고 있다.
이 같은 인기에 원조 격인 ‘우결’이 경쟁심을 느낀 걸까. 새 커플로 개그맨 조세호와 예능 대세로 떠오른 걸그룹 피에스타 차오루를 투입시키기로 결정해서다. 두 사람이 8개월간의 결혼 생활을 정리하는 배우 오민석-강예원 가상 부부의 후임으로 발탁된 것이다.
조세호가 개그맨으로서 한 계단씩 성장하고 있고, 차오루가 예측할 수 없는 말과 행동으로 웃음을 주고는 있지만 개그맨을 투입시킴으로써 ‘님과 함께’를 따라했다는 인상을 남겨 아쉬움을 자아낸다. 앞서 비투비 육성재와 레드벨벳 조이가 연령대를 한참 끌어내려놓았는데 두 사람이 다시 나잇값을 올려놓은 셈이다.
앞으로 조세호와 차오루의 결혼 생활은 엉뚱한 ‘날 웃음’을 줄 것으로 보인다. 지금의 윤정수 김숙, 허경환 오나미 커플처럼 말이다. 하지만 모방한 프로그램의 콘셉트를 다시 한 번 베끼면서 콧대 높은 자존심은 무너지게 됐다./ purplish@osen.co.kr
[사진]JTBC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