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종영된 SBS 수목드라마 '리멤버-아들의 전쟁'(이하 '리멤버')는 억울하게 수감된 아버지의 무죄를 밝혀내기 위해 거대 권력과 맞서는 천재 변호사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로, 마지막회에서 20%가 넘는 높은 시청률을 얻으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이 '리멤버'는 영화 '변호인'의 윤현호 작가가 처음으로 쓴 드라마라는 점에서 제작 단계부터 주목을 받았다. 절대 기억력을 가진 변호사라는 소재가 흥미를 끄는 요소로도 작용했다. 또 유승호가 군 제대 후 지상파 복귀작으로 이 '리멤버'를 선택하면서 대중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데 성공했다.
'리멤버'는 '아들의 전쟁'이라는 부제가 의미하는 것처럼 살인 누명을 쓴 아버지 서재혁(전광렬 분)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아들 서진우(유승호 분)의 안타까운 모습을 통해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이 때문에 진범이자 온갖 악행을 저지르는 남규만(남궁민 분)을 통쾌하게 응징하는 날이 빨리 오길 바라는 목소리가 줄을 이었다. 마치 서진우가 가족이나 친구이기라도 한 듯 한껏 감정 이입을 한 것.
이는 곧 '리멤버'의 성공 요인으로 이어졌고, 결국 2016년 평일 오후 10시대 드라마 중 처음으로 20%가 넘는 시청률을 달성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이에 지난 3개월 여의 시간 동안 대본 작업에 몰두하며 온탕과 냉탕을 경험했을 '리멤버' 윤현호 작가를 만나 첫 드라마를 성공적으로 마친 소감을 들어봤다.
- 초반에 '변호인' 작가라는 이유로 화제가 많이 됐는데, 그런 점에서 부담이 있지는 않았나
"부담 많이 있었다. 그리고 드라마를 처음 한다는 부담 역시 컸다."
- 어떻게 해서 드라마를 쓰게 됐나.
"호흡이 긴 이야기를 한 번 써보고 싶었다. 처음부터 법정물을 쓰겠다는 생각이었긴 했다. 극중 등장한 변두리 로펌의 서민적인 변호사 여러 명의 이야기를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기획을 하게 됐었다. 그것이 발전해서 지금의 '리멤버'로 오게 됐다."
- 법정물에 대한 관심이 큰 것 같다.
"제가 어려운 법정물을 잘 못 본다. 쓰는 입장에서 최대한 쉬운 대본이 되길 바랐다. 사실 부담은 굉장히 컸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처럼 멜로가 많이 들어간 것이 아니고, 법정 이야기가 극의 많은 부분을 끌고 간다는 것에 대한 부담이 있었다. 시청자들이 지루하고 어렵게 느낄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떻게든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고심을 많이 했다. 법정신이 실패하게 되면 드라마가 힘들어지니까. 형사가 자기 사건을 맡아서 하는 것과 아닌 것의 느낌이 많이 다르다. 자기 사건으로 이어진다면 감정 이입이 클 수밖에 없다. 만약 여타의 법정 드라마, 영화들이 그랬던 것처럼 수임료를 받아서 재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과 관련된 사건들로 끝까지 이야기를 끌어가면 어렵더라도 감정 이입이 충분히 가능할 것 같았다. 그래서 이야기에 등장하는 재판들은 진우와 관련된 것들이다. 4부까지는 진우 아버지의 이야기고, 그 다음부터는 일호그룹을 무너뜨릴 수 있는 재판이었다. 또 미소전구는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가 들어가 있기 때문에 맡을 수 있었다. 그렇게 변호사 자신의 재판 느낌이 강하도록 이야기를 잡았다."
- 결론에 대한 이야기가 분분했다.
"일단 두 지점이 있다. 납골당에서 박동호를 만나는 것과 엔딩 부분이다. 저와 감독님을 포함한 제작진은 여운이 있는 열인 결말이 좋겠다고 의견을 모았다. 명확히 얘기를 하면 의도가 희석될 것 같았다. 진우는 슬픔이 밑바탕에 깔려 있는 캐릭터라서 100% 해피엔딩은 힘들 것 같았고, 그래서 진우에게 최대치의 행복을 줄 수 있는 엔딩은 무엇일까 고민하다 나온 결말이었다. 결말에 대해서는 생각하시는 분들에 따라 다르실 수 있는데, 기억을 잃는 척 하는 것일 수도, 기억을 진짜 잃었을 수도 있다. 그건 진우가 조금 더 행복할 수 있는 방향으로 생각해주셨으면 좋겠다."
- 서진우는 모든 것을 기억하는 천재였지만 후반부에는 알츠하이머를 앓으면서 기억을 잃어갔다. 왜 기억과 관련해 극과 극의 소재를 사용하게 됐나.
"저는 이야기를 짤 때 주인공이 원하는 것과는 다른 방향으로 가는 것을 선호한다. 예를 들어 박동호 변호사는 돈을 쫓던 사람인데 결과적으로는 돈을 버리고 서민 변호사가 됐다. 욕망과는 반대 지점의 결과다. 서진우 캐릭터도 절대 기억력에서 시작해 기억을 잃어버리게 되는 이야기로 간다면 더 흥미로울 것 같았다. 그리고 이 사람이 기억을 잃으면서 오히려 행복한 느낌이나 여운을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활용을 하게 됐다."
- 하지만 후반부에는 절대 기억력이라는 능력 발휘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기억이 굉장히 좋은데 기억 상실이 같이 오다 보니 시청자들에게 혼란이 생길 것 같았다. 그래서 이야기 중반 이후에는 이 능력이 드러나면 안 되겠다고 판단했다. 물론 극적으로는 이 능력이 발휘되면 흥미로울 수 있는 부분이 많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기억 상실도 갈피를 못 잡을 것 같고 혼란에 빠질 것 같아서 의도적으로 이런 구도를 잡았다."
- 혹시 시청자들이 남겨준 댓글 중에서 기억에 남는 댓글이 있나.
"드라마 끝나고 나서 엔딩에 대해 깊이 있게 쓴 글들이 있더라. 제 생각과는 심지어 다른데도 설득이 되는 글들을 보면서 굉장히 좋았었다. 드라마를 좋아해주시는 것이 느껴졌다. 작가로서는 행복하고, 감사한 일이다."
- 그 중에서 '이건 꼭 오해를 풀어주고 싶다' 했던 댓글이 있었나.
"'진우네 로펌에 왜 이리 들락날락거리냐. 문을 왜 안 잠그고 다니냐'는 반응이 있었다. 일반적인 변호사 사무실이지 않나. 그럼 문이 열려 있는 것이 정상인데 문을 안 잠궜다고 뭐라고들 하시더라. 아마 진우가 먹고 자는 집이라 생각하셔서 그랬던 것 같기는 하지만, 이건 좀 오해를 풀고 싶더라.(웃음)" /parkjy@osen.co.kr
[사진] 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