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로 잘해낼 줄은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전작인 SBS '냄새를 보는 소녀'에서도 사이코패스 연기로 소름돋는 악역을 만들어내더니 이번 '리멤버'에서는 '분노조절장애'를 겪고 있는 밉지 않는 악역으로 시청자들의 절대 지지를 받았다. 남궁민의 연기에 '대상감'이라는 호평이 줄을 이었다.
사실 극 초반만 해도 남규만(남궁민 분)은 대기업 회장인 아버지의 돈과 권력을 이용해 악행을 저지르는 재벌 3세로, 영화 '베테랑'의 조태오(유아인 분)와 비교가 됐었다. 하지만 극이 진행되면 될수록 남규만은 살아 숨쉬는 독보적인 캐릭터로 악역 그 이상의 존재감을 발휘했다. 이 남규만을 연기한 남궁민의 연기력 역시 놀라움 그 자체였다. 이 덕분에 남규만은 응징을 해야 하는 절대 악임에도 계속 보고 싶다는 반응을 얻기도 했다.
- '리멤버' 하면 이제는 남규만과 남궁민이 가장 먼저 생각날 정도로 임팩트가 정말 강했다. 처음에는 혈압 상승시키는 악역으로만 생각했는데 갈수록 남규만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제가 생각했던 건 1일 1악행이었다. 한 회 한번 씩은 악행을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래서 한 회당 꼭 한 번씩은 악행이 나왔다. 배우가 캐릭터 소화를 너무 잘해주다 보니 악행이 자주 나오게 되더라. 그런데 계속 그 패턴으로 가다보면 뭔가 반복적인 느낌을 많이 줄 것 같더라. 부수고 때리는 것만 계속했다면 지겨웠을 것 같다. 그래서 캐릭터에 변화를 조금씩 줬는데 남궁민이 그걸 유연하게 잘 풀어줘서 참 고마웠다."
- 남궁민의 연기와 악행 강도가 비례한 건가.
"남궁민의 연기를 보고 자극받아 악행을 더 쓰기도 했다. 굉장히 신기하고 좋은 경험이었다.(웃음) 배우가 저를 더 끌어올려주셔서 감사했다. 사실 제가 '변호인'도 그렇고 악역 그리는 걸 좋아하는 편이다.(웃음)"
- 남규만이 분노조절장애로 인해 골프채로 자동차 유리를 부수는 장면은 실제로 빈번하게 일어나는 일이라 더 현실감 있고 또 무서웠다.
"'변호인' 때 실화가 가진 힘을 알았다. 그래서 '리멤버'에서도 최대한 우리가 겪고 들었던 일들, 현재 사회 경제 면에 있는 뉴스들을 이야기로 잡고 작은 디테일까지 가져오려고 노력했다. 남규만이 골프채로 차량을 부수는 것도 실제 사건이 있어 그걸로 모티브를 잡았다. 헬기가 돌아가는 것도 마찬가지다. 물론 느낌을 다르게 하긴 했지만 말이다."
- 작가라는 직업이 힘들거나 하지는 않나.
"힘든 건 세상 모든 일이 다 똑같다. 다만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것에 있어서는 감사함을 느낀다. 만족도도 크지만, 작품에 대한 반응들이 주는 것이 큰 것 같다. 드라마 같은 경우엔, 특히나 평일 드라마였던 '리멤버'도 그렇고 힘든 하루를 보내고 TV를 틀었을 때 기쁨과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무언가를 제공하는 것에 저 또한 큰 행복과 의미를 느낀다. 물론 욕도 많이 하셨겠지만.(웃음) 그래서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드라마를 쓰고 싶었다."
- 앞으로 쓰고 싶은 장르가 있다면?
"극성이 강한 드라마를 하고 싶다. 지금은 드라마를 끝낸지 얼마 되지 않아서 별로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지만 제가 힘이 약한 사람들이 작은 힘을 모아서 큰 힘을 이기는 이야기를 좋아해서 그런 식의 드라마를 계속 쓰고 싶다."
- 마지막으로 '리멤버'를 통해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가 있다면?
"좋은 기억을 많이 남기면서 살았으면 좋겠다. 그게 행복이며 그런 좋은 기억들은 친구, 가족들에게도 남아있다는 얘기를 전하고 싶다. 드라마 사랑해주셔서 감사하다. 저도 작가를 하는 동안 영원히 좋은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 /parkjy@osen.co.kr
[사진] 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