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태양의 후예'로 그동안 구겨졌던 자존심 회복에 성공했다. 첫방송부터 경쟁 드라마를 거뜬히 제치고 수목극 1위 자리에 제대로 안착한 것. 물론 첫 회만으로 모든 것을 결정짓기엔 무리가 따르지만, 이 정도의 반응이라면 타 드라마가 쉽게 넘볼 수 없는 우위를 선점한 건 분명하다.
'태양의 후예'는 SBS '돌아와요 아저씨'와 동시 출격을 해 두 배 이상의 시청률을 얻었다. 25일 시청률조사회사 닐슨코리아의 집계에 따르면 24일 첫 방송된 '태양의 후예'는 전국 기준 14.3%, '돌아와요 아저씨'는 6.6%를 기록했다. 또 MBC '한번 더 해피엔딩'은 5%로 최하위에 이름을 올렸다.
방송 전부터 '태양의 후예'는 '드림팀'이라는 수식어를 얻을 정도로 큰 관심과 기대를 모았다. 첫 방송 시청률은 '태양의 후예'에 거는 기대가 얼마나 높은지를 정확히 알 수 있게 하는 수치로, 앞으로 어떤 대기록을 써내려갈지 벌써부터 궁금증을 유발하고 있다. '태양의 후예'에 총력을 기울였던 KBS로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동시에 오랜만에 함박웃음을 지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 셈이다.
그간 KBS는 부진의 늪에 빠져 대중들의 질타를 받아야 했다. 떨어지는 완성도에 시청률 역시 곤두박칠쳤다. 최근 KBS 대표작이라 불릴 수 있는 작품이 없을 뿐더러, 시청률이 잘 나온 주말 드라마 역시 '전작의 아류'라는 혹평 세례를 받아야만 했다. 그런 가운데 100% 사전 제작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돌아온 '태양의 후예'는 KBS에 날개를 달아준 구세주일 수밖에 없다. 흥행불패 신화의 김은숙 작가와 놀라운 디테일의 이응복 PD가 주축이 되는 제작진, 송중기와 송혜교의 만남은 그 이름값을 톡톡히 해냈다.
물론 이제 1회가 방송이 된 만큼 경쟁작들 역시 만만치 않은 반격을 시도할 전망이다. '태양의 후예'에 밀려 2위에 안착한 '돌아와요 아저씨'는 정지훈과 오연서가 본격 등장하는 2부부터가 진짜 싸움이라는 생각으로 남다른 기대를 걸고 있다. '돌아와요 아저씨' 역시 첫 방송부터 재미와 감동 코드를 모두 잡으며 기대 이상의 선전을 했기 때문. 특히 탄탄한 배우들의 연기력을 바탕으로 한 공감대 형성은 이 드라마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는데, 로맨스를 주축으로 하고 있는 '태양의 후예'와는 장르적인 차이가 있기 때문에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판단이다.
3위의 '한번 더 해피엔딩' 역시 희망이 없지만은 않다. 이 드라마는 걸그룹 멤버들의 해체 후 삶과 30대 남녀의 연애와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리얼리티를 높인 설정과 인물 간의 대사로 진정성을 높이고 있다. 시청자들은 이 드라마가 보여준 30대 여자들의 우정과 현실을 담은 로맨스가 공감을 주고 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기 때문. 수목극 1위를 노리기엔 무리가 있어 보이긴 하지만, 2위 자리까지 오를 수 있는 가능성은 충분하다. /parkjy@osen.co.kr
[사진] KBS, SBS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