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히 연기에 대한 이야기인데, 어딘지 모르게 일반인들에게도 공감이 되는 구석이 있다. "자신감은 깊이 생각하는 데서 나온다"거나 "스스로 자기 모습을 들여다 보는 것은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일이다. 추하건, 나약하건, 공허하건 그게 어떻게 생겼건 있는 그대로 봐야 한다. 거기서 시작해야 한다"는 등의 말은 연기 뿐 아니라 인생에도 적용해 볼 수 있는 의미있는 말들이었다. 배우로서 연기에 대해 오랫동안 고민해 온 박신양의 철학은 이처럼 보편적인 진리를 담고 있었다.
지난 25일 오후 방송하는 tvN '배우학교'에서는 두번 째 자기소개 시간을 갖는 이원종, 장수원, 이진호, 심희섭, 박두식, 유병재, 남태현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박신양은 학생들을 불러, 두번 째 자기소개 시간을 갖겠다고 말했다. 지난 첫 소개 시간에 얻은 트라우마로 인해 불안해 하던 7명의 학생들은 이내 배운 것들을 토대로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가장 큰 변화를 보였던 이는 남태현과 장수원이었다. 남태현은 "나는 연기란 불가능 한 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내가 맡은 역할이 살인자라면 그게 불가능하지만 불가능한 그걸 해내는 게 배우다. 그래서 연기가 불가능한 것을 해내는 것이라 생각한다"며 자신의 생각을 가감없이, 자신감 넘치는 태도로 말했다.
이에 박신양은 "생각하는 것과 원하는 걸 알아듣겠다. 좋다"며 "자신감이 있다는 건 기분 좋은 일이다.우리가 연기를 할 때도 자신감이 있어야겠다. 자신감은 깊이 생각하는 데서 나온다. 정말 알고 있는 데서 나온다. 첫번 째 수업에 비해 생각과 말 하는 매너가 완전히 바뀌어서 너무 좋다. 앞으로 어디까지 발전할 수 있는지 해보는 거다"라고 칭찬했다.
장수원도 많이 달라졌다. '로봇 연기'에 어색하고 뻣뻣한 모습이 많았던 그는 며칠 새 동료들도 알아볼만큼 눈빛이 살아났고, 태도도 어딘지 모르게 자연스러워졋다. 그는 "두려운 걸 피하려고 했는데 그런 자신감이 많이 늘었다"고 고백했고, 박신양은 "너 달라지기 시작했다. 네가 생각해도 달라지는 것 같지 않느냐? 생각하는 걸 시원하게 얘기해줘서 좋고 아는 걸 얘기하니까 침착하다"고 칭찬했다. 용기를 얻은 장수원은 들국화의 '걱정말아요 그대'를 떨지 않고 부르기도.
급기야 이진호는 박신양에 대해 "확신이 들었다"며 찬양을 하기에 이르렀다. 그는 박신양의 교육법으로 자신이 달라지는 것을 느꼈다며 "이순신 장군이 열두 척의 배로 외적을 수만 번 무찌를 때의 그런 기적이 생긴 느낌이다. 종교는 없지만 박신양 선생님을 찬양할 거다"라고 말해 웃음을 줬다.
돋보였던 것은 어록으로도 담을 수 있을 법한 박신양의 말들이었다. 그는 열정이 없어 힘들다는 심희섭에게 "똑바로 자신을 보고 인정하자. 깨끗하게 지우는 거다. 있는 그대로 내 모습을 바라보기 시작하는 거다"라고 충고했고, "재밌게도 연기는 스스로를 드러내게 돼있다. 피할래야 피할 수 없다. 그래서 힘들다"고도 말했다.
그는 그 뿐만 아니라, 동료들에게 편안하게 "나는 열정이 없다"고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 심희섭에게 "희섭아 괜찮니? 전혀 문제가 아니다. 사실은 많은 사람들이 열정과 사랑과 긍정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있는 척, 속이고 위선을 하며 살아간다. 그것 만큼 비극이 없다. 없으면 없는 채로 있으면 있는대로, 잘 시작했다"고 따뜻한 격려를 하기도 했다.
예능인 줄만 알았던 '배우학교'는 이처럼 박신양의 존재감 만으로 전혀 다른 색깔을 내며 감동을 주고 있다. 마치 한 편의 영화인듯 변해가는 학생들과 그들에게 때로는 날카롭게, 때로는 따뜻하게 조언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 박신양의 모습은 왜 그를 '갓신양'이라 부르는 지 알 수 있게 했다.
한편 '배우학교'는 연기 완생 박신양에게 찾아온 연기 미생 일곱 남자의 이야기로 박신양, 이원종, 장수원, 이진호, 심희섭, 박두식, 유병재, 남태현이 출연한다. 매주 목요일 오후 11시에 방송된다. /eujenej@osen.co.kr
[사진] '배우학교'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