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가요 관계자들 사이에서 가장 '핫'한 프로그램은 케이블채널 엠넷 '프로듀스 101'이다. 50여개의 연예기획사에 소속된 101명의 연습생들이 데뷔 기회를 두고 벌이는 치열한 경쟁. 흥행을 예감하기 어려웠던 시작 전과는 달리, 방송 몇 회 만에 시선을 단단히 붙잡았다. 막장 드라마 같다는 비난도 쏟아지지만, 그만큼 이 프로그램이 큰 관심 속에서 방송되고 있다는 증거다.
사실 '프로듀스 101'은 방송 전부터 말이 많았다. 일본의 국민 걸그룹 AKB48을 만든 시스템과 비슷하다는 지적이 나왔고, 엠넷 특유의 악마에 편집을 지적하기도 했다. 여러 혹평과 비난이 오갔지만, 그럼에도 프로그램은 성공적이다. 기대 이상의 재미로 관계자들뿐만 아니라 시청자들도 '프로듀스 101'에 몰입하기 시작했다. 프로그램을 대표하는 곡 '픽미(Pick Me)'는 놀라운 중독성으로 음원차트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기도 하다.
막장 드라마라고 욕하던 '프로듀스 101', 대중은 왜 이 프로그램에 중독됐을까.
# 내가 만들고, 함께 성장한 국민 걸그룹
온라인 커뮤니티와 음원차트, 이슈만 보더라도 충분히 '프로듀스 101'의 인기를 증명할 수 있다. 음원차트 20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픽미'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도배하고 있는 관련 글, 연습생들의 모습을 담은 영상의 조회수와 투표수만 봐도 이 프로그램이 얼마나 화제인지 알 수 있다. 화제가 되고 대중의 입에 오르내린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프로듀스 101'에 쏠려 있다는 것이기도 하다.
'프로듀스 101'의 가장 큰 재미 요소는 바로 '국민 프로듀서가 뽑는 걸그룹'이라는 지점이다. 국민의 투표로만 선정된 상위 11명의 멤버들이 최종 멤버로 결정되는 시스템인데, 온라인 투표를 통해 내가 응원하는 연습생들에게 투표할 수 있다. 오디션 프로그램 열풍을 이끈 '슈퍼스타K'가 대국민 오디션을 내걸고, 국민의 문자투표의 영향력을 높여 관심을 받은 것처럼, '프로듀스 101'은 실력보다 100% 국민의 투표로 선정된다는 점이 주목된다.
국민이 뽑는 걸그룹이라는 타이틀은 곧 내가 응원하는 연습생을 데뷔시키고, 걸그룹으로 함께 성장시키는 그림이 된다. 이들의 데뷔에 국민 프로듀서라 불리는 대중이 좀 더 직접적으로 관여할 수 있고, 함께 성장해가는 느낌을 받으면서 더욱 관심을 쏟게 되는 것. 특히 '프로듀스 101'에는 전소미와 정채연, 기희현 등 이미 데뷔했거나 다른 프로그램을 통해 얼굴을 알린 연습생들도 참여하고 있어 초반부터 어느 정도의 팬덤이 형성됐다. 방송을 통해 다양한 매력의 연습생들을 조명하고, 국민들이 투표를 통해 총인원 11명의 걸그룹을 탄생시킬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 아닐 수 없다.
# 오묘한 중독성 'Pick Me'
국민의 투표가 '프로듀서 101'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냈다면, '픽미'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사실 '픽미'가 음악적으로 잘 짜인 곡이다, 완성도가 높은 곡이다를 평가하는 것보다는 그 중독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프로듀스 101' 방송 전, '엠카운트다운'을 통해 '픽미' 무대를 공개했을 때만 해도 이 노래를 높게 평가하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방송을 통해 여러 번 들을수록 중독성이 높아졌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 묘한 중독성 때문에 음악을 계속 찾는다는 네티즌의 반응이 상당하다. 이 음원에 대한 소비는 결국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으로도 이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 막장드라마의 시청률이 더 높다
막장 드라마라고 욕하지만, 이 지독하고 잔인한 서바이벌과 넘쳐나는 독설은 '프로듀스 101'의 또 다른 매력이다. 착한 예능, 힐링 예능의 시대가 분명 있었지만, 아직까지 대중이 원하는 건 더 자극적인 재미다. 꿈을 이루기 위해 모였던 연습생들의 좌절과 눈물, 오고가는 독설과 경쟁 구도, 엠넷 특유의 악마의 편집은 비난을 받고 있지만, 자극적인 재미를 주기에도 최고의 조합이다. '프로듀스 101' 연습생들의 등급화 역시 욕할 수는 있지만,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욕하면서도 본다. 시청자들이 막장드라마의 자극적이고 개연성 없는 전개에 중독된 것처럼, '프로듀스 101'에도 중독될 요소는 확실하다. /seon@osen.co.kr
[사진]OSEN DB, 엠넷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