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김구라는 MBC 예능 ‘라디오스타’의 대표적인 ‘버럭 캐릭터’다. 매주 다양한 게스트들을 불러 모아놓고 나긋나긋하게 질문을 하기보다 공격적인 말투로 까다로운 질문을 이어간다. 이로 인해 일부 시청자들은 불편하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하지만, 거침없이 터져 나오는 그의 돌직구 발언과 디스가 가려운 곳을 긁어준다며 호응을 보낸다.
‘라디오스타’의 연출을 맡은 MBC 황교진 PD는 그를 가리켜 이른바 ‘츤데레’ 같다고 평가한다. 츤데레는 새침하고 퉁명스러운 모습을 나타내는 일본어 의태어인 츤츤과 부끄러워하는 것을 나타내는 데레데레의 합성어다. 즉 퉁명스럽고 새침한 모습을 보이지만 애정을 갖기 시작하면 따뜻한 성격을 드러낸다는 것이다. 드라마나 영화 속 캐릭터에 많은 여성들이 마음을 빼앗기기도 한다.
황 PD는 OSEN과의 인터뷰에서 “김구라 씨가 규현의 악플을 보듬어줬다. 제일 먼저 전화를 했고 윤종신 씨도 전화를 했다고 하더라”며 “방송을 보면 서로에게 무관심하고 안 챙기는 것 같은데 사실은 뒤에서 잘 챙긴다. 마치 츤데레 같다.(웃음) 서로 보듬어주는 게 겉으로 보이진 않는데 그게 또 ‘라스’만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지금의 김구라를 만든 것은 독설뿐만 아니라 탁월한 분석력이다. 이에 PD들 사이에선 ‘준 연출자’라고 불린다. 그는 예능의 트렌드를 정확하게 읽어내며 깔끔하게 정리한다. 예능인들이 처해있는 위기와 아쉬운 점에 대해서도 차분하게 근거를 들어서 설명하는 스타일이다. 김구라처럼 재미있고 정확한 분석을 하는 예능인은 많지 않다.
황 PD는 김구라의 준비력을 극찬했다. “그가 ‘라스’를 심장 같은 프로그램이라고 얘기한 적이 있다. 정말 그렇게 느껴지는 게 녹화 전에 누가 나오는지 미리 파악하고 본인만의 자료 조사를 해온다. 대본만 보지 않고 분석을 해오고, 들어와서 질문을 한다”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본방송 중에는 댓글을 보고 있구나하는 걸 느낀다. 초반에 평이 안 좋았다가 중간 이후 좋아지는 적이 있는데 그 역시 그 흐름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어 놀랐다. 어떤 토크를 할 때 시청자들의 반응이 어떻게 나올지 정확하게 안다. 방송에 대한 열정이 굉장히 많다. 그 다음날 저희가 타사 시청률까지 다 보내주는데 동 시간대 1위여도 몇 퍼센트 차이로 이겼는지까지 알려준다.(웃음) 그 분은 워낙 만나는 사람도 많기 때문에 섭외를 하기 전에 저희가 ‘이 사람 괜찮냐’고 물어보기도 한다. 방송 후 반응과 그의 예상이 일치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김구라는 MBC 연예대상을 차지하면서 1993년 데뷔한 이래 22년 만에 처음으로 수상의 영예를 안게 됐다. 무엇보다 그의 대상수상이 의미 있는 점은 공황장애와 이혼을 이겨내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꿋꿋하게 노력했다는 사실 때문이다.
숱한 예능에 출연했으면서도 수상과 인연이 없었던 그의 진면목을 알 수 있게 해준 프로그램은 ‘라디오스타’. 윤종신과 티격태격 톰과 제리 같은 찰진 케미스트리를 형성해 웃음을 안기면서 아프고 힘든 시간을 겪고 나서는 이 예능을 통해 심경 고백을 했다.
김구라와 윤종신의 ‘형제 케미’에 대해서는 “두 분이 사적으로 절대 만나지 않는다고 하더라. 그게 ‘라스’만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물론 서로 힘든 일이 있을 때는 연락을 하는데 따로 안 만나서 케미가 더 잘 사는 것 같다. 따로 자주 만나면 그곳에서 케미가 생길테고 녹화장에서는 안 나올 텐데 여기서만 시너지를 발휘해 그게 방송의 원동력이 되는 게 아닌가 싶다”고 분석했다./ purplish@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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