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 PD가 말한다, 아홉 살 ‘라스’의 매력 [인터뷰③]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6.02.26 08: 30

 MBC 예능 ‘라디오스타’는 김국진, 윤종신, 김구라, 규현 등 4명의 MC가 있어 든든하다. 이들의 케미스트리 덕분에 높은 인기가 유지되고 있다. 특히 김구라와 윤종신을 보면 서로 괴롭히고 괴롭힘을 당하는 톰과 제리가 떠오르는데, 옆 사람이 민망할 정도로 높은 수위의 멘트를 주고받으며 티격태격한다. 하지만 그 앙숙 케미가 나쁘지 않다. 가슴 찌르게 아플수록 웃음의 강도는 높아진다.
두 사람은 지난 2007년 5월부터 매주 다른 게스트들을 맞이하며 프로그램을 이끄는 든든한 MC로 자리 잡았다. 어느새 방송한 지 9년이 흘렀다. 김구라와 윤종신은 맏형 김국진과 막녀 규현 사이에서 허리 같은 존재. 초반에는 프로그램의 존폐 여부를 걱정하기도 했으나 이제는 명실상부 MBC 대표 예능으로 안착했다.
김국진이 두 사람보다 4개월 늦게 들어왔고, 막내는 신정환에서 슈퍼주니어 신동, 김희철, 유세윤, 규현으로 이어졌다. 김구라와 윤종신은, 상대방을 배려하면서 조심스러운 김국진과 부잣집 도련님처럼 얄밉게 치고 빠지는 규현 사이에 중심을 잡고 있다.

-2007년부터 9년째 인기를 지켜오고 있는 비결을 무엇이라 생각하나.
“확실히 재미인 것 같다. 시청자들이 재미있게 봐주셔서 감사하다. 기존의 토크쇼와는 다른 통통 튀는 웃음과 재미가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다른 곳에서 묻지 않은 질문을 물으니까.(웃음) 시청자들의 궁금함을 해소시켜주지 않나 싶다.”
-자료 조사 분량이 굉장히 방대하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이뤄지나.
“저희는 작가 말고도 자료 조사원이 따로 있다. 먼저 게스트가 정해지면 그들에게 자료 조사를 부탁하는데 거의 한 사람당 200페이지가 넘는다. 기사와 프로그램 발언을 모두 다 받아쓰는 방식으로, 지금까지 나왔던 프로그램을 모두 찾아본다. 그 이후 디테일한 질문은 작가들이 따로 준비한다. 게스트 4명에 각각 작가가 한 명씩 붙고 또 다시 서치를 시작한다. 기본적으로 작가들이 연예인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많다. 그들이 20대 중반이어서 젊은 층의 취향에 잘 맞는 것 같다. 20대라 자막도 젊고 통통 튄다. 제가 봐도 젊은 친구들이 잘한다는 생각이 있다. 그들은 각각 느끼는대로 적는데 블로그나 커뮤니티 사이트 등을 찾아서 유행어가 될 것 같은 말들을 찾는다.”
-지상파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토크쇼 같다.
“자부심이 있지만 한편으로 부담감도 있다. 10년이나 이끌어왔는데 누가되지 않게 잘하려고 한다.”
-MC들과 제작진이 끈끈한 관계라고 들었다.
“‘라스’가 사람을 대하는 방식이 있다. 김구라 씨가 막말로 공격하는 것처럼 보여도 츤데레다. 막말이 관심의 표현 방식이다. 저희는 자주 회식을 하지 않고 녹화 당일에만 보는데 굉장히 반갑다. 시청률이 잘나오면 서로 메시지를 주고받는 정도로, 굉장히 쿨한 사이다.(웃음) 지난해 연말에 김구라 씨가 대상 받았을 다 같이 식사를 한 게 마지막이다.”
-‘라스’가 대세 양성소라는 별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그렇게 봐주시면 정말 감사하다. 재미 면에서는 확실히 그렇게 보이는 것 같다. 또 그런 평이 있어서 게스트들이 준비를 많이 하고 온다. 일생 일대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다. 특히 개그맨들이 준비를 많이 한다. 물론 못 웃기면 개그맨으로서 타격이 크다. 사실 개그맨이 나왔을 때 저희도 신경을 많이 쓴다. 김구라가 특히 후배들에게 공격을 많이 하는데, 그건 그들을 좋아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공격을 해서 그가 방어를 하면서 분량이 늘어난다. 그 과정을 불편하게 보는 시각도 있는데 제작진의 입장에서 보면 김구라 씨가 측은해질 때가 있다. 짠하다. 마치 ‘웃음 순교자’ 같은 느낌?(웃음). 웃음을 위해 여기서 죽어 주는구나하는 생각한다. 윤종신 씨도 그 경력에 굳이 깐족거리지 않아도 되는데 ‘라스’를 사랑해서 여기서 욕 한 번 먹으면 어떠냐는 생각을 하더라.”
-맏형 김국진은 어떤 사람인가.
“김국진 씨는 굉장히 사람을 편하게 해주는 매력이 있다. 김구라의 강함이 돋보일 수 있는 이유는 김국진의 부드러움 때문이다. 김구라가 강하게 나갔을 때 김국진이 게스트에게 따뜻한 말을 해주고 더 웃어준다. 완급을 조절을 해주는, 소위 ‘작전 본부’ 같은 존재다.”
-윤종신의 매력은.
“계산되지 않은 애드리브의 천재다. 대본도 일부러 안 본다. 게스트에 대한 선입견을 갖지 않기 위해 사전 지식이 없길 원하는 것이다. 누가 나오는지만 알고 들어간다. 저희도 그 앞에선 최대한 게스트에 대한 얘기를 안 꺼낸다. 질문을 재미있게 쓰면 윤종신 씨가 처음 보는 거니까 읽다가 빵빵 터진다. 그런 재미를 살리기 위해서 대본을 읽지 않는 것이다. 대화를 나누면서 사람을 간파를 하고 질문을 즉흥적으로 던진다. 이번에 강하늘 씨가 나왔을 때도 녹화 중간 쉬는 시간에 ‘너무 괜찮은 것 같다’고 칭찬하더라. 웬만하면 게스트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얘기를 안 하는데 칭찬 일색이었다.”
-규현이 가장 나이가 어린데 MC로서 능력을 어떻게 평가하나.
“규현은 아이돌 같지 않은 친구다. 본인을 내려놓을 줄 아는데 그게 강한 멘탈에서 오는 것 같다. 어떨 때보면 이 친구의 멘탈이 40대 같기도 하다. 프로그램에 대한 책임감도 굉장히 강하다. 멘탈이 단단하기 때문에 김구라가 ‘말 도 안 되는 소리하지 말라’고 소리쳐도 기죽지 않고 잘한다.(웃음) 저희가 다양한 연령대를 노리지만 특히 어린 시청 층을 바라보는데 거기에 규현이 잘 맞는 것 같다. 지코가 나왔을 때는 규현이 진행을 보기 시작했다. 자기가 아이돌에 대해 더 잘 아니까 대답을 이끌어내더라. ‘진짜 MC가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작진으로서 프로그램을 끌고 가는데 있어서 고민되는 부분이 있나.
“좋은 평가를 받고 있어서 감사하지만 저희 입장에서 이것을 잘 유지하면서도 변화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해외스타가 온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해외스타를 모시고 싶다. 근데 기존의 방식이 아닌 저희만의 색깔로 모시고 싶다. 주인공이지만 한국 스타들과 섞여서 앉아 있는 모습이 재미있을 것 같다. 그들의 또 다른 매력을 볼 수 있게 해보고 싶고, 해외에 나가도 이유 없이 나가는 게 아니라 ‘라스’만의 매력을 보여주고 싶다.”
-앞으로 하고 싶은 프로그램이 있나.
“아직은 ‘라스’에 대한 애정이 많다. 올인을 하고 싶다. 저는 어떤 예능이든 사람의 매력을 보여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우리는 토크로서 매력을 보여줄 부분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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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정송이 기자 ouxou@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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