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반 tvN '치즈인더트랩(이하 치인트)'은 원작 캐릭터와 싱크로율 200%를 자랑하는 캐스팅으로 화제를 모았다. 비록 '치어머니'라는 불명예를 안은 팬들이지만 박해진, 김고은, 서강준, 이성경, 남주혁, 박민지의 캐스팅에 '만세'를 불렀다.
처음에는 순탄했다. 원작에 충실한 에피소드와 캐릭터 연기가 만족할 만했다. 그런데 갈수록 드라마가 산으로 향하고 있다. 미완결된 원작을 탓하기엔 반 사전 제작 드라마라는 사실이 어딘가 불편하다. 결국 원작자와 드라마 제작진간 고름이 터졌다.
◆불통하는 '치인트'?
원작이 따로 있는 드라마일수록 원작자와 소통은 필수다. 그런데 '치인트'의 원작인 웹툰 순끼 작가는 드라마 제작진과 소통이 미비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심지어 현재진행형인 웹툰인데도 드라마 전개와 결말이 원작자에게 전달되지 않았다는 것.
순끼 작가는 24일 "원작이 더 길어질 경우 스포가 될 수 있으니 엔딩을 다르게 해주기를 바랐다. 혹시라도 제작 중에 의문 사항이 있거나 확인이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언제라도 연락 달라고 요청했지만 제게는 연락 한 통이 없었고 드라마가 어떤 내용으로 제작되는지 알 수 없었다. '원작 충실'이라는 기사를 보고 그것이 드라마 제작사 측의 내부 회의 결과라면 부족한 원작이나마 잘 반영해 주기를 바랄 뿐이었다"고 밝혔다.
◆엔딩에 대한 '설왕설래'
순끼 작가는 미완결 웹툰인 까닭에 드라마의 전개 과정과 결말을 공유하길 원했다. 이 부분이 과도한 요구로 보일 수도 있지만 원작자로서는 최소한의 바람이었을지도. 하지만 제작진은 "원작이 아직 끝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드라마 만의 결말을 만들어 가려고 한다. 남은 2회와 결말을 끝까지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순끼 작가는 "시나리오 공유를 요청하자 '드라마 대본의 철통보안'이라는 이유로 원작자인 제게도 6화 이후로 공유가 되지 않았다. 드라마 제작 이후로 처음 받은 연락은 '지금 14화 촬영 직전인데 엔딩을 이렇게 해도 될까요?'하는 문의였다. 원작과 다른 엔딩을 해 달라고 말씀드렸는데 엔딩 내용은 물론이고 연출마저 흡사했고, 저는 이 부분에 항의하며 엔딩을 다르게 해 달라고 재요청했다. 겹치지 않게 제작해주기를 부탁하였을 뿐 제가 원하는 내용을 강요한 적은 없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애물단지가 된 '치어머니'
'치인트'가 드라마로 제작된다는 소식이 알려졌을 때부터 원작 팬들은 우려를 나타냈다. 원작이 가진 캐릭터 매력을 드라마가 오롯이 품을 수 없을 거라는 노파심 때문이었다.
결국 그들은 유정, 홍설, 백인호, 백인하, 권은택, 장보라, 김상철, 손민수, 오영곤, 공주용 등 굵직한 캐릭터에 대한 캐스팅에 사견을 쏟아내면서 '치어머니(치인트 시어머니)'라는 조롱까지 받았다.
이를 순끼 작가는 불쾌해했다. 네티즌들 사이 통용되는 걸 막을 수는 없다지만 제작사 측이 홍보의 수단으로 이 신조어를 쓰는 게 못마땅하다는 의견이었다.
"좋은 뜻도 아니고 원작을 사랑해 준 독자들이 염려하는 모습을 비꼬아서 만들어진 이 비하적인 단어를 꼭 드라마와 배우 홍보에 써야하나 의문이다. 5년이나 함께한 독자 분들은 졸지에 안 좋은 타이틀을 하나 얻었다. 정작 그들이 있었기에 저는 지금까지 '치인트'를 연재할 수 있었고, 이 작품이 드라마까지 갈 수 있었는데. 원작자나 원작 언급보다는 치어머니라는 단어를 써가며 홍보가 나가는 상황이 가장 불쾌하다"고 심경을 내비쳤다.
◆남은 건 2회 뿐, '치인트' 어찌 될까
'치인트'는 원작 웹툰의 로맨스릴러(로맨스+스릴러)라는 독특한 장르 덕분에 기대를 모았다. 위험한 본성을 숨긴 완벽 스펙남 유정(박해진 분)과 유일하게 자신의 본모습을 꿰뚫어 본 비범한 여대생 홍설(김고은)의 힘겨운 로맨스, 여기에 매력만점 백인호(서강준 분)의 이야기는 흥미를 유발하기 충분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드라마 '치인트'는 단순한 삼각관계 사랑 이야기에 치중하고 있다. 심지어 유정 선배는 온데간데없고 어장 관리하는 홍설과 그를 짝사랑하는 백인호의 관계가 중점적으로 그려지기도 했다. '스릴러' 없이 진부한 '로맨스'만 남은 까닭에 원작 팬들은 원성을 쏟아냈다.
이제 남은 건 단 2회 뿐. '치인트'가 이를 어찌 수습할까? /comet568@osen.co.kr
[사진] 에이트윅스, tvN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