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미소 뒤 위험한 본성을 숨긴 완벽 스펙남, 유정. 그리고 유일하게 그의 본모습을 꿰뚫어본 평범한 여대생 홍설. 달라도 서로 너무 다른 두 사람이 사랑에 빠진다면? 상처받지 않기 위해, 누구에게도 기대지 않은 채 모든 걸 스스로 해결하려고만 하던 설과 언제나 자신의 본심을 감춘 채 주변의 모두를 기만하던 유정. 누군가와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법을 알지 못했던 이들이 사랑에 빠져 함께 변하고, 성장해가는 과정을 통해서 20대의 진솔한 사랑과 고민의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한다.
tvN 월화드라마 ‘치즈인더트랩’(극본 김남희 고선희, 연출 이윤정, 이하 ‘치인트’)의 기획의도 중 한 부분이다. 그 남자 그 여자의 ‘로맨스릴러’(로맨스+스릴러)를 그리겠다던 초반의 포부였다. 동명의 웹툰 원작이 워낙 인기를 끌었던 바. 초반 기대치를 충족시키기란 어려워보였지만 그 기대치를 뚫고 드라마의 인기는 고공 행진했다. 그 요인에는 흔하지 않은 로맨스릴러라는 장르가 한몫했다.
그런데 로맨스릴러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 장르를 제대로 표현하려면 유정(박해진 분)의 감정선이 보다 섬세하게 그려졌어야 했다. 유정은 로맨스릴러 장르 그 자체였기 때문. 시청자들이 유정을 이해하려면 왜 유정이 본심을 가짜 웃음 뒤에 숨기게 됐는지, 백인호(서강준 분)와 백인하(이성경 분) 남매를 이토록 싫어하게 됐는지 더 자세한 설명이 필요했다.
또한 김상철(문지윤 분)에게 밀쳐진 홍설(김고은 분)을 구하는 장면 등 원작에서 주요하게 그려졌던 유정의 로맨틱한 장면도 드라마에서는 인호와의 에피소드로 그려졌다. 이러다 보니 유정은 이유 없이 뒤에서 남들을 기만하는 캐릭터로 보일 여지가 생겼고, 로맨스릴러라기 보다는 그저 스릴러에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그런 유정을 이해하고 그를 꽉 안아주는 홍설의 모습이 원래는 더 따뜻하고 감동적이게 느껴질 수 있었는데 말이다.
동시에 흔한 드라마 전개가 시작됐다. 유정, 홍설, 인호의 삼각관계가 심화됐다. 유정과 홍설의 에피소드가 대거 인호와 홍설의 에피소드로 돌아가면서 인호 홍설 커플이 대두된 것. 특히 설은 유정과 사귀는 사이이지만 인호에게 마음을 써왔던 것이 사실이고, 그것으로 인해 인호가 비집고 들어갈 여지를 준 것도 역시 사실이다. 야무진 성격으로 여심까지 사로잡던 홍설은 유정과 인호 사이에서 어장을 관리하는 캐릭터로 비쳤다는 점은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을 것이다.
지난 23일 방송된 14회분 말미에서는 홍설이 교통사고를 당하는 예고편이 그려졌다. 이에 놀라는 유정의 모습까지. 심지어 유정의 아버지는 홍설이 그룹 회장 아들이라는 유정의 배경을 보고 일부러 접근했다고 오해하는 장면도 예고돼 시청자들을 당혹케 했다. 뻔하게 머릿속에 그려지는 15회의 ‘막장극’스러운 전개에 ‘치즈인더금사월’이라는 오명 아닌 오명을 얻게 된 것.
현재 ‘치인트’는 종영까지 단 2회밖에 안 남은 상황이다. 이쯤 되면 시청자들이 결말에 걱정스럽다는 반응을 보내는 것도 무리가 아닌 듯하다. / besodam@osen.co.kr
[사진] '치인트'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