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지아가 스크린 신고식을 치른다. 지난 2007년 드라마 ‘태왕사신기’로 데뷔한지 10년 만이다. 첫 영화에 극을 이끄는 주연배우로 나서는 만큼 남다른 사명감이 느껴진다.
이지아는 ‘태왕사신기’를 시작으로 ‘베토벤 바이러스’, ‘스타일’, ‘아테나 : 전쟁의 여신’, ‘나도, 꽃!’, ‘세 번 결혼하는 여자’ 등 드라마를 통해 다양한 배역에 도전해왔다. 순경, 바이올리니스트, 특수요원, 황웅의 여인 등 다채로운 캐릭터를 연기했지만 스크린에서는 볼 수 없었다는 점이 유일한 아쉬움이었다.
그런 이지아가 데뷔 10년 만에 선택한 영화 ‘무수단’(감독 구모)은 26일 오후 서울 성동구 행당동 왕십리 CGV에서 열린 언론시사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이 자리를 통해 이지아 역시 처음 영화를 접했다고. 첫 영화이니만큼 배우 인생에 있어 특별하고 남다르게 다가올 수밖에 없을 터. 표정을 통해 설렌 마음이 먼저 느껴졌다. 물론 영화는 드라마처럼 촬영하면서 매주 반응을 확인할 수 없고, 완성본에 대한 결과를 받아들여야 하는 만큼 긴장감도 역시 전해졌다.
‘무수단’은 비무장지대에서 벌어진 의문의 사고 이후 그 실체를 파헤치기 위해 최정예 특임대가 벌이는 24시간의 사투를 담은 미스터리 스릴러다. 여기서 이지아는 냉철하고 상황 판단이 빠른 유학파 엘리트 장교 신유화 중위 역을 맡았다.
무엇보다 극장의 주고객인 여심을 자극할 ‘걸크러쉬’(여자가 여자 스타에게 반함) 매력이 충만했다. 신중위의 주체적인 성격은 영화 속에서 여러 장면을 통해 드러난다. 그 중 가장 눈에 띄었던 장면은 신중위의 동료가 그녀에게 “여자가 비무장 지대에서 뭘 할 수 있는데”라고 말한 후 반응이다. 이에 신중위는 마시던 커피를 쏟아 부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다. 이어 실전에 투입되고 몸을 사리지 않는 이지아의 화끈한 액션 연기는 박수 받기에 충분하다. 여자라서 무시하던 동료에게 보란듯이 말이다.
특히 앞선 제작발표회에서 구모 감독은 이지아에 대해 탈진하고 기절했음에도 촬영을 이어갔다고 말한 바. 극중 모습처럼 여배우라서 특별대우를 바라고 뒤처지는 모습은 그녀 스스로가 거부하는 듯했다.
이는 함께 출연한 오종혁도 입증했다. 그는 “산 속에서 같이 고생하다 보니까 피치 못하게 손톱의 때나 지저분한 것들이 몸에 묻을 수밖에 없는데 지아 선배님도 손톱에 때가 있더라. 뭔가 같이 하고 있다는 생각을 느꼈다”며 이지아에게 느꼈던 전우애에 대한 감동을 드러냈다.
몸을 사리지 않았던 연기가 정말 맞았던지 이지아는 ‘고생 했겠다’는 말에 “알아봐 주셔서 감사하다”며 웃음 지었다. 거친 산 위에서 펼쳐진 액션 속 이지아는 똑같이 검은 칠을 바르고 헝클어진 머리라 더욱 빛나보였다. 이처럼 쉬운 길 대신 선택한 도전정신만으로도 그녀의 첫 스크린 데뷔는 의미가 있다. 오는 3월 3일 개봉. / besodam@osen.co.kr
[사진] 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