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유아인은 대한민국에서 언행에 주목을 가장 많이 받는 스타 중 한 명이다. 지금처럼 SNS가 크게 유행하지 않았을 때도, 그가 자신만의 공간에 자신만의 언어로 풀어 놓았던 생각들은 항상 뜨거운 관심을 받곤 했다. 좋은 반응만큼이나 나쁜 반응도 있었지만, 그는 굴하지 않고 당당히 의견을 피력해 왔다.
지난 26일 네이버 V앱을 통해 생중계된 영화 ‘좋아해줘’ GV 현장 직캠 라이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유아인은 ‘좋아해줘’를 찍으며 들었던 생각들과 일상 속 일부분들을 담담히 털어놔 시청자들의 열렬한 호응을 얻었다.
인터넷 방송이지만 촬영부터 진행까지 혼자 도맡은 적은 처음일 터다. 그러나 어색함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좌중을 바라보는 그의 달콤한 눈빛에 팬들이 더 떨려했다. 하지만 유아인도 꽤나 긴장을 했던 모양이었다. “무대공포증이 있는 주제에 청심환 한 알 먹고 무대에 올라서 여러분께 한 조각 한 조각 말씀드릴 수 있다는 것이 행복하다”는 그의 솔직한 고백에서 진심이 느껴졌다.
이날 유아인은 ‘명언제조기’로 익히 알려진 배우 답게 깊은 생각이 엿보이는 발언들을 연달아 내놨다. 그 가운데 “여자 감독님과 작품을 해 보고 싶다”는 말이 단연 빛났다. 그는 “여자 감독님들을 칭할 때는 항상 앞에 ‘여자’라는 단서가 붙는다. 그러나 남자 감독님들을 ‘남감독’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이는 배우도 마찬가지”라며 말문을 열었다.
유아인은 이어 “여자들이 특별한 존재라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사회에서 여자들이 손해보는 일이 많다”며 “이분들께 힘도 실어드리고 싶기도 하고, 여자 감독님들은 어떤 특성이 있는지 궁금하기도 하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3일 열린 ‘좋아해줘’ 언론시사회에서도 이 같은 취지의 발언을 했다. 당시 이 영화를 연출한 박현진 감독은 “경제적으로 성공한 여자가 떠난 뒤 남자들끼리 험담을 하는 부분에서 지극히 페미니즘적인 대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줘서 고맙다”며 배우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그러자 유아인은 “감독님에게 페미니즘과 관련해서 이 장면에 대해 물어봤었는데 한국 사회에 뿌리깊게 박혀있는 인식이 있었다”고 박 감독의 말을 받았다.
이어 “극 중 ‘남자가 할 말 다하면 멋있는 거고 여자가 다 하면 드센거냐’라고 말한 이후 ‘야! 이 촌스러운 인간들아’라고 했었다”며 “아주 멋있는 대사여서 나도 하고 싶었던 말이었다”고 덧붙였다.
최근에야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두기 시작한 여성 인권 이슈에 대해 언급한다는 것은 대중의 사랑을 받는 배우에게 위험할 수 있다. 아직 세상은 남성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 현실인 탓이다. 안전하게 가려고만 한다면 이 같은 말들을 부러 할 필요는 없었다. 그러나 유아인은 달랐다. 페미니스트이자 로맨티스트인 유아인의 소신 있는 발언이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이 같은 유아인의 속 깊은 언행들과 따뜻한 마음으로 꽉 찬 30여 분은 순식간에 흘렀다. 첫 1인 방송을 성공적으로 마친 그는 방송 말미 “박경림 누나 진짜 힘들 것 같다”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그러면서 “여러분께 미세하게나마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람이란 것이 소중하다”고 말하는 그를 누가 미워할 수 있을까. 말이 끝날 때마다 박수를 치는 관객들에게 “뭘 했다고 박수를 치냐”며 손사레를 쳤던 그였지만, ‘명언제조기’ 유아인의 완벽한 진행자 도전기에 큰 박수를 보낼 수밖에 없을 듯하다. /bestsurplus@osen.co.kr
[사진] V앱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