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최나영 기자, 박현민 기자] 배우 안재홍은 보기만 해도 슬며시 웃음을 주는 인물이다. tvN '응답하라 1988'의 김정봉이란 캐릭터로 시청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은 그는 이어 현재 방송 중인 '꽃보다 청춘 아프리카'를 통해 보다 인간 안재홍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사실 정봉이와 전혀 닮지 않았다는 그가 드라마 속 강동원 패러디씬, 신원호-나영석 PD, 배우로서 앞으로의 각오 등을 들려줬다.
무엇보다도 안재홍이 본인이 전혀 '정봉'이란 캐릭터와 닮지 않았다고 말한 사실은 흥미로운 부분이다. 그는 "난 정봉이랑 많이 안 비슷하다. 단편영화를 찍을 때는 제 안에 있는 성격을 찾아서 연기 했었다. 아무래도 우리 근처에 있는 영화를 다루다 보니깐, 제 안에서 캐릭터를 찾으려고 했다"라며 "드라마는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정봉이를 맡게 됐을 때 비슷한 구석이 없었다. 난 착한 사람도, 순둥이도 아니다. 그래서 많이 고민하고 연구했다"라고 전했다.
천하의 순둥이 정봉이의 앉는 자세는 어떨까. 왜 문어제 형식으로 말을 할까. 왜 이렇게 하게 됐을까를 먼저 이해해야 했다고. 그래야 시청자도 이해, 설득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안재홍표 정봉은 대중에게 기가막힌 캐릭터로 다가왔다.
정봉이의 많은 행동들이 인상적이었지만, 역시 명장면은 '강동원 우산씬'이다. 이에 대해 그는 "그렇게 편집이나 카메라 앵글까지 똑같이 하실 줄은 몰랐다. 타이밍까지 똑같더라. 재미있었다. 민지에게 그 장면을 준비할 때 해당 영화 '늑대의 유혹' 동영상 클립 링크를 보내줬다. (강동원) 모사를 했던 거 같다. 사실 그 장면은 한국 영화에서 남을 만한 명장면 아니었나. 기억나는게, 극장에서 봤는데, 그 장면이 나올 때 관객들이 소리를 질렀던 장면이다. 이색적인 풍경이었다. 그걸 최대한 똑같이 하고 싶었다"라고 털어놨다.
이어 "눈을 깜빡거리는 것은 물론, 우산을 잡고 있는 집게 손가락까지 그대로 따라했다. 강동원 선배님은 손가락이 길어서 잘 보였는데, 난 짧아서 잘 보이지 않았다. 다시 보시면 꼭 챙겨봐달라"며 다시는 이럴 기회가 없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했다. 오히려 이 장면을 과장하거나 살을 덧붙이면, 희화화가 될 것 같았다. 그건 예의가 아니다. 최대한 담백하고 똑같이,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정봉의 감정이었다. 그게 핵심이었다. 정봉이에게는 패러디가 중요한 게 아니라 만옥이를 운명적으로 만나는 것이 중요했다. 그걸 상기하면서 영상이랑 똑같이 하려고 노력했다. 최대한 왼쪽으로 동공을 보내면서, 이빨이 보이게 활짝 웃어야 한다. 옆으로 입을 벌려야 하는데, 찍다가 경련이 일어났다. 볼이 덜덜 움직이더라. 힘들었다"라고 솔직하게 밝혀 웃음도 자아냈다. 강동원이 인터뷰에서 그 장면을 '잘봤다'고 언급하기도.
신원호 PD와 나영석 PD라는, 모두가 함께 작업해보고 싶은 스타 PD들과 연달아 작업한 그다. 이에 대해 안재홍은 "두 분이 공통점이 많다. 두 분 다 멋있다. 내가 여자라면 반할 거 같다"라며 존경심을 드러내기도. 이들의 공통점에서는 분야 최고 전문가임에도 권위의식이 전혀 없다는 점을 꼽았다.
"'응팔'이 끝나고 '거품은 한달이다'고 했었다. 지금 한달이 지났다"란 기습 질문에는 "나영석 감독님이 산소통을 꽂아준 것 같다. 한 달 더 추가됐다"란 재치있는 답변을 들려줬다.
이제 더욱 주목되는 것은 안재홍의 배우 행보다. 그는 오는 5월 영화 '임금님의 사건수첩' 촬영이 계획돼 있다. 인터뷰에서 그는 "그것만 바라보고 싶다. 딴 생각은 하지 않을 생각이다. 매작품이 다 중요하지만, 이번은 상업 영화에서 처음 주연급으로 출연하는 거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운이 좋게도 '응팔'이 끝나고 바로 들어가지 않고 여유가 있어 정봉이라는 캐릭터를 잘 보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하는 그다. / nyc@osen.co.kr, gato@osen.co.kr
[사진] OSEN DB, '응답하라 1988'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