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분 내내 사이다 같은 시원한 전개가 지속됐다.
드라마가 마지막 회를 앞두고서야 이야기 흐름이 급속하게 빨라진 것이다. 그동안 남녀 주인공들이 복수와 실패를 반복하면서 이른바 ‘고구마 전개’라는 별명이 붙었는데, 시간에 쫓겨 빨리 마무리를 해야 돼서 그런 것인지 스토리 때문에 극에 몰입하기 힘들었다는 반응이 나온다. 구멍이 숭숭 뚫린 것처럼 아쉬웠다.
지난 27일 방송된 MBC 주말드라마 ‘내 딸 금사월’(극본 김순옥, 연출 백호민) 50회에서 매번 오혜상(박세영 분)에게 당하던 이홍도(송하윤 분)가 법정 증인으로 출석하며 통쾌한 모습을 보여줬다. 강만후(손창민 분)와 혜상에게 죽을 뻔했던 위기를 딛고, 통쾌한 복수를 시작한 것이다.
이날 홍도는 혜상의 죄를 입증하기 위해 증인석에 앉았고, 그녀를 본 혜상은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눈물을 흘렸다. 죽은 줄 알았던 그녀가 나타났기에 법정에서 소리를 지르며 난동을 부린 것. 오월은 혜상이 금빛보육원이 무너지는 데 큰 역할을 했고 교통사고에서도 자신을 죽이려했다고 밝혔다.
당일을 회상하며 “사고가 날 것 같아서 혜상에게 차를 멈추라고 했는데 일부러 제가 아빠와 오빠를 만나지 못하게 하려고 달렸다. 자신의 나쁜 짓이 드러날 까봐 겁이 났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고 현장에 있었던 혜상의 가방끈을 증거로 내밀었다.
주세훈(도상우 분) 검사는 혜상에게 감금죄 및 살인죄를 적용해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감옥에 갇힐 것을 두려워한 혜상은 엄마(도지원 분)의 만류에도 도망가려고 시도, 주기황(안내상 분)에게 발각돼 수포로 돌아갔다.
그런 가운데 아들 강찬빈(윤현민 분)을 살리다 사고를 당한 신득예(전인화 분) 덕분에 만후가 하루아침에 탈바꿈됐다. “내가 모든 걸 잘못했다”며 참회의 눈물을 흘린 것이다. 그동안 천하의 못된 짓을 해오던 그가 원수 같던 아내의 사고를 겪고 뉘우친 건데, 결말을 앞두고 너무 쉽게 변한 게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찬빈이 아버지를 위해 “제가 아버지를 이렇게 만들었다. 저와 함께 자수하자”고 제안했지만 단칼에 거절하던 그였기 때문이다.
그간 ‘내 딸 금사월’은 시청자들을 낚시질하는 일을 반복했다. 악역 강만후와 오혜상이 위기에 빠지는 것처럼 보였지만 결국엔 또 다시 살아나는 전개가 반복됐던 것이다. 사이다 복수를 기대하는 시청자들에게 종영까지 고구마 전개가 나올 것이라고 예고한 건데, 결국 한 회를 남겨놓고 돌아섰다. 역시나 전형적인 권선징악 형 서사를 그렸고, 엔딩이 어떤 방식으로 끝나든 비판을 받을 소지를 가지고 있다.
‘내 딸 금사월’은 인간 삶의 보금자리인 집에 대한 드라마로 금사월이 복수와 증오로 완전히 해체된 가정 위에 새롭게 꿈의 집을 짓는 드라마로 28일 마지막 회가 방송된다./purplish@osen.co.kr
[사진] ‘내 딸 금사월’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