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데뷔 22년에 접어든 배우 김소연의 연기가 진가를 발휘했다. 다양한 작품을 거치며 여배우로서 존재감을 보여온 그녀가 22년 내공으로 만든 연기 레시피를 선보이며 자연스럽게 인물을 따라갈 수 있게 만들었다.
김소연은 MBC 새 주말드라마 ‘가화만사성’(극본 조은정, 연출 이동윤)에서 봉삼봉(김영철 분)의 자랑스러운 맏딸 봉해령을 연기한다. 예쁘고 착한 데다 효심이 지극해 사랑받는 인물인데 유독 남편과 시어머니에겐 눈엣가시 같은 존재다.
해령은 유명 한복 디자이너 시어머니에 얄미운 시누이도 없고, 비교당할 동서도 없어 남들에게 시집 잘 간 여자로 소문났는데, 정작 시어머니는 어려운 집안 형편에서 자라 궁상맞고 불쌍하다며 사사건건 무시한다. 김소연의 표정 연기와 말투 덕분에 해령의 상황이 더욱 안타깝게 비춰졌다.
지난 27일 첫 방송된 ‘가화만사성’에서 봉해령(김소연 분)과 그의 남편 유현기(이필모 분)의 냉담한 관계가 그려졌고, 이 가운데 우연치 않게 스쳐지나간 의사 서지건(이상우 분)과 해령이 미묘한 관계를 형성할 것을 예고했다.
현기는 장인어른이 중화요리 집을 오픈했음에도 전혀 기뻐하는 기색 없이, 잠시 얼굴만 비춘 채 사라졌다. 아내를 냉대하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만 움직였다. 대기업 본부장이라는 신분에도 주변을 생각하는 마음은 조금도 없던 것이다. 자신을 찾아온 해령을 보고도 웃지 않은 채 “어쩐 일이야? 말도 없이”라고 퉁명스럽게 말하는 남자였다.
해령이 남편에 치이고 시집살이를 당하는 가운데 그녀에게 따뜻한 사람은 낯선 남자 지건이었다. 구두를 신어 상처가 난 그녀의 발을 위해 반창고를 건네며 다친 마음을 달랬다. 앞으로 현기와 지건 사이에서 해령이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하다.
데뷔 후 처음으로 기혼녀 역을 맡은 김소연의 선택은 옳았다. 미혼이기 때문에 그간 엄마 역할을 고민했었지만, 다시 찾아온 기회를 붙잡으며 후회 없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 해령에게 닥친 상황의 슬픔과 불편함을 마치 본인의 일처럼 눈물을 흘려 연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들어줬다.
김소연이 예능과 드라마를 넘나들며 많은 작품의 러브콜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은 작품을 거듭할수록 탄탄하게 깊어지는 그녀의 연기 내공 덕분이다. 더불어 한결 같은 착한 인성도 한몫을 더했다. 가족의 사랑을 그린 ‘가화만사성’에서 처음으로 엄마 역에 도전했는데 또 한 번 새로운 캐릭터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팔색조 매력을 각인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모습을 선사하는 김소연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purplish@osen.co.kr
[사진]‘가화만사성’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