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분의 힘은 강하다. 영화 '귀향'(조정래 감독)이 작지만 힘 있는 영화로 관객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우리의 아픈 역사를 소재로 한 이 영화는 개봉 전부터 입소문을 탔다. 대형 배급사의 독과점 의혹이 있어 혹 묻히지는 않을까 걱정을 자아내기도 했었지만, 현재 관객들의 요청으로 가장 높은 스크린수를 유지하며 흥행 순항 중이다.
28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귀향'은 지난 27일 하루 동안 29만 6,488명의 관객을 끌어들여 누적 관객수 75만 6,629명을 기록했다. 벌써 4일째 박스오피스 1위다.
'귀향'은 일제 강점기 위안부 이야기를 다룬 작품. 전국민을 상대로 크라우드 펀딩을 해서 제작비를 마련했고, 제작부터 개봉까지 무려 14년간 쉽지 않은 길을 걸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들어 사회적인 공감도가 매우 높은 작품들이 흥행에 성공하고 있다. 특히 '공분'을 느낄만한 일들에 대한 복수 혹은 이를 해결하기 위한 움직임이 있는 작품들이 관객들의 많은 지지를 받았다. 지난해 천만 관객을 동원하며 성공한 '암살'과 '베테랑', 19금 영화의 새 역사를 썼던 '내부자들' 등을 이 같은 맥락에 놓고 볼 수 있다.
'암살'에서는 친일파들을 처단하기 위해 목숨을 거는 주인공들의 모습이 많은 지지를 받았다. '베테랑'에서는 패기 가득한 일선 형사가 온갑 '갑질'로 횡포를 부리는 권력층에게 통쾌한 복수를 했고, '내부자들'에서는 역시 '백'없는 검사와 한물간 건달이 부패한 정·재계 인사들에게 한 방을 먹였다.
'귀향'은 물론 복수를 그리는 내용이 아니지만, 사회적 공분을 일으키는 소재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위 영화들과 맥을 같이 한다. 영화는 그저 실화를 바탕으로 묵묵히 한 소녀의 삶을 그려내지만, 이를 보고 난 관객들은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상황과 여전히 해결되고 있지 않은 문제들에 대해 공분하게 되고, 더 나아가 해결을 촉구하는 목소리에 힘을 보태게 된다. 어쩌면 영화를 보는 행위 자체를 위안부 문제 해결에 소극적인 권력층과 진실을 은폐하고 축소하려 하는 일본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볼 수 있다.
개봉 전부터 꼭 봐야하는 영화라고 입소문이 났던 '귀향'은 적은 개봉관수를 점점 늘리는 방식으로 돌풍을 일으켰다. 지난 27일에는 769곳에서 영화를 볼 수 있었다. '귀향'의 흥행 기록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한편 '귀향' 개봉 전까지 1위였던 '데드풀'은 19만 483명을 동원, 누적 관객수 245만 7,260명을 기록했다. 박스오피스 2위다. /eujenej@osen.co.kr
[사진] '귀향' 스틸 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