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관을 쓴 자, 그 무게를 견뎌야 한다면 유재석은 도대체 얼마만큼의 무게를 견뎌야하는 걸까.
유재석은 국민 예능이라고 불리는 MBC ‘무한도전’의 메인MC를 10년째 해오고 있다. 무거운 수식어만큼이나 크고 작은 해프닝과 여러 가지 논란들, 끊이지 않는 사건사고를 견뎌야 했던 ‘무한도전’이 어느 한 쪽으로 기울지 않도록 무게 중심을 잡아줬다. 하지만 과연 그 스스로는 기울지 않고 안정적으로 이 길을 걸어왔을까.
지난 28일 방송된 ‘무한도전’은 ‘나쁜 기억 지우개’라는 부제로 인생에서 잊고 싶은 기억을 지우는 멤버들의 모습이 공개됐다. 그중에서도 유재석은 멘토 혜민 스님을 만나 그동안 드러낸 적 없었던 가장으로서의 고민을 털어놨다.
유재석은 국민MC로서의 압박감에 대해 “솔직하게 얘기를 해보면 ‘뭘 하면 재밌을까’가 고민이다. 최선을 다하고 싶다”라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이에 혜민 스님이 “재밌지 않으면 안 되냐?”라고 반박하자 “그런 얘기하시는 분들 있다. ‘한 주는 그럴 수 있는 것 아니냐’고. 그런데 저희는 매주 성적표가 나오지 않냐. 저는 이 동료들하고 이 사람들하고 오래오래 일하고 싶다. 시청률이 안 나오면 못하니까”라며 그동안 시청자들은 몰랐었던 속내를 고백했다.
또한 잠시 하차를 선언한 멤버 정형돈에 대한 미안함도 털어놨다. 그는 “가장은 아니지만, 담당하는 사람으로서 그런 책임감은 안 가질 수 없다. 몸이 안 좋아 쉬고 있는 친구도 있고, 그럴 때 힘들다. ‘힘내’라는 말 밖에 할 수 없을 때”라며 고민을 털어놨다. 너무나 유재석다운 고민이 아닐 수 없었다.
‘무한도전’은 뜨거운 인기만큼 유독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그 때문에 더욱 무겁고, 더욱 엄격한 잣대가 적용되기도 하는데, 이는 유재석에게 크나큰 압박감과 부담감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더욱이 그가 말한 것처럼 오래전부터 함께 해왔고, 앞으로도 함께 하고 싶은 멤버들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기 때문에, 달리는 것을 멈추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채찍질해야 했다.
때문에 조심스럽게 고백한 유재석의 가장으로서의 무게는 보는 이들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혜민 스님의 말처럼 이제는 혼자 감당하려 하기보다 함께 “버티는 것”은 어떨까. 그의 옆에는 10년 동안 지내오며 가족과 다름없는 멤버들과 아낌없는 응원을 보내는 시청자들이 있다. 부디 이 사실을 잊지 않고 부담감과 책임감이라는 무게를 온전히 짊어지려 하지 않고, 조금은 나눠가지길 바란다. / jsy901104@osen.co.kr
[사진] ‘무한도전’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