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인있어요', 시청률만 아쉬웠던 명품드라마[종영①]
OSEN 박진영 기자
발행 2016.02.29 06: 50

SBS 주말드라마 '애인있어요'(극본 배유미, 연출 최문석)가 지난 28일 모두의 해피엔딩을 그리며 종영됐다. 재결합한 도해강(김현주 분)과 최진언(지진희 분)은 매일 사랑을 나눴고, 또 앞으로 40년간 이어질 사랑을 약속했다. 그리고 그간 얽히고설켰던 모든 인물들과 화해하며, 행복의 미소를 지었다.
지난 8월 22일 첫 방송을 시작한 '애인있어요'는 기억을 잃은 여자가 죽도록 증오했던 남편과 다시 사랑에 빠지는 동화 같은 사랑 이야기와 절망의 끝에서 운명적으로 재회한 극과 극 쌍둥이 자매의 파란만장 인생 리셋 스토리를 담은 드라마로, '주말 드라마 시청률 퀸'이라도 해도 과언이 아닌 김현주가 '피아노', '반짝반짝 빛나는', '스캔들' 등을 집필했던 배유미 작가와 다시 의기투합했다는 점만으로도 큰 기대와 관심을 모았다.
배유미 작가는 50회의 긴 이야기를 끌고 가기 위해 초반 각 캐릭터들의 삶과 감정들을 촘촘히 그려냈다. 도해강과 최진언이 열렬히 사랑했음에도 불구하고 이혼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그 이유를 그려내는 데에만 무려 9회가 소요됐다. 이는 앞으로 펼쳐질 인물들의 변화를 보여주기 위한 초석이었다. 물론 너무 길게 이어진 탓에 지루하다는 평을 얻기도 했지만, 4년 후 기억을 잃은 도해강이 최진언을 다시 만나 사랑을 시작하면서 시청자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건 최진언 역을 맡은 지진희를 향한 여성 시청자들의 180도 달라진 태도다. 강설리(박한별 분)과의 불륜으로 무한 질타를 받았던 지진희가 어느 새 잠도 못 잘 정도로 가슴 설레는 '로맨티스트'로 변모한 것. 가뜩이나 연기 잘하는 배우로 손꼽히는 지진희와 김현주가 보여주는 애절한 멜로 연기는 매회 뜨거운 화제를 모으기에 충분했다.
도해강이 기억을 되찾아 가는 과정 역시 섬세하게 연출이 됐는데, 이 때도 두 사람은 한결같은 사랑을 드러내며 최근에는 접하기 힘들었던 멜로의 진수를 보여줬다. 비록 출생의 비밀, 기억 상실, 아버지를 죽인 원수의 아들을 사랑한다는 전형적인 '로미오와 줄리엣' 스토리, 꼬리에 꼬리를 무는 복수 등 주말극에는 꼭 있다는 소재들이 대거 등장하기는 했지만 이를 풀어가는 방식은 판이하게 달랐다.
특히 모든 악연의 고리를 끊어내며 용서와 화해를 시도할 뿐만 아니라 아픔을 속으로 감싸안는 도해강의 강단 있는 모습은 깊은 인상을 남겼다. 복수만이 해결 방법이 아니라는 것을 몸소 보여준 것. 앞서 배유미 작가는 '애인있어요'의 본질에 대해 '사랑의 리셋, 인생의 리셋'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배유미 작가는 "해강을 비롯해 진언, 설리, 백석(이규한 분) 모두 결함 많고, 실패를 했으며, 실수를 해온 인물이지만 해강의 기억 상실을 계기로 다른 사람의 입장이 되어 그 실수와 실패를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다. 그리고 그 실수를 메이크업해 인생을 리셋, 초기상태로 돌릴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배유미 작가의 말대로 이들 네 사람은 자신들의 잘못과 실수를 인정했고, 서로의 상처와 아픔을 이해하고 끌어안았다. 극 초반 냉혈변호사로 오만하게 살아왔던 도해강은 '온기처럼 살라'는 아버지의 뜻에 따라 세상 어디에도 없을 가슴 따뜻한 도해강으로 변모해 자신의 인생을 초기화했다. 사랑만 바라보고 살았던 진언, 설리, 백석 역시 마찬가지였다. 자신들의 사랑 방식이 잘못됐음을 뼈저리게 반성했고, 그 결과 다시 설레는 사랑과 희망을 마주하게 됐다.
김현주는 1인 4역에 가까운 다양한 캐릭터를 자유자재로 소화해내 '갓현주'라는 찬사를 얻었다. '연기대상'을 받아도 아깝지 않을 소름돋는 연기력으로 시청자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은 것. 귀엽고 사랑스러운 로코 연기부터 가슴 절절한 멜로 연기, 상대를 제압하는 카리스마 넘치는 눈빛과 목소리까지, 김현주의 모든 것이 '정답'이었다. 매회 곱씹게 만드는 배유미 작가의 명대사와 CF를 연상케 하는 명장면 역시 '애인있어요'를 논할 때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인기 요인이다. 비록 '애인있어요'는 방영 내내 경쟁작인 MBC '내 딸 금사월'에 밀려 시청률 면에서는 아쉬운 성적을 냈지만, 대본 연출 연기 등 뭐 하나 부족함 없는 드라마였음에 틀림이 없다. /parkj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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