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도 믿지 못할 무대였다. 한국에서 유독 큰 인기를 누리는 ‘쉬즈곤’의 주인공 스틸하트 멤버 밀젠코 마티예비치가 복면을 쓰고 ‘복면가왕’ 무대에 올랐다. 밀젠코의 무대를 공짜로 듣는 것도 새로운데, 심지어 한국어 노래를 부르며, 복면까지 뒤집어썼다. 한국인과 소통하고 싶어서 내한했다는 클래스 다른 가수 덕분에 시청자들이 전율을 느꼈다.
지난 28일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일밤-복면가왕’은 최초의 해외 가수로 궁금증을 자아냈던 과묵한 번개맨의 정체가 밝혀졌다. 바로 ‘쉬즈곤(She's Gone)’이라는 명곡을 탄생시킨 스틸하트의 보컬리스트 밀젠코 마티예비치였다. 이미 1라운드에서 ‘복면가왕’ 최초로 팝송이 나왔던 터라 해외 가수일 것이라는 예상이 됐던 바. 번개맨은 탈락한 부활 멤버 김동명과 라디오헤드의 ‘크립(Creep)’을 열창했다.
한국어에 익숙하지 않은 로커. 모두들 궁금해할 정도로 번개맨의 가창은 뛰어났다. 깔끔하면서도 무대 장악력이 어마어마했다. 엄청난 카리스마는 관객을 휘어잡았다. 이윽고 2라운드와 3라운드는 한국어 노래를 택했다. 바로 부활의 ‘비와 당신의 이야기’, 임재범의 ‘고해’였다. 모두 노래 실력이 대단하지 않으면 부르기 쉽지 않은 고음의 곡들이었다. 번개맨은 완벽히 소화했고, 모두들 그의 정체를 맞히기 위해 귀를 기울였다.
가면을 벗는 순간 모두들 깜짝 놀랐다. 세계적인 그룹 스틸하트 멤버 밀젠코 마티예비치였다. 한국어 노래를 무려 4개월 동안 연습한 그는 다소 어수룩했지만 가사 전달에 문제 없이 소름 끼치는 무대를 만들었다. 무엇보다도 시원시원한 고음과 관객을 전율하게 하는 카리스마 넘치는 무대 매너는 명불허전이었다. 밀젠코는 노래방 대표적인 애창곡인 ‘쉬즈곤’의 원곡자. 많은 한국인들이 그의 얼굴을 잘 모르지만 목소리는 기가 막히게 아는 대표적인 해외가수다.
밀젠코는 출연 이유에 대해 한국인들이 자신의 노래는 잘 알지만 얼굴을 모른다는 것을 곁들이며 “한국과 가까워질 기회를 더 만들고 싶고, 친구가 되고 싶다”라고 말했다. 또한 한국 사람들이 자신의 노래를 함께 부르는 일명 ‘떼창’을 하는 것에 대해 “그런 호응이 무엇보다도 소중하다”라고 애정을 표현했다.
국내 최고의 인기 음악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내놓을 수 있는 최강 출연자였다. 그동안 노래 잘하는 가수, 배우, 개그맨 등이 다양하게 출연했던 ‘복면가왕’은 예상치 못한 해외 가수까지 소름 끼치는 무대를 만들며 다채로운 노래 축제의 장이라는 프로그램이 가진 가치를 더 높였다.
이날 ‘복면가왕’은 쉽사리 보기 힘든 무대를 또 한 번 펼쳐놨다. ‘쉬즈곤’ 특별 무대를 만든 것. 밀젠코는 우리동네 음악대장이 3연승을 하고, 자신을 꺾은 감기조심하세요 성냥팔이 소녀가 EXID 멤버 하니라는 사실이 공개된 직후 특별 무대를 꾸몄다. ‘쉬즈곤’을 힘 있게 열창하는 그의 무대에 관객은 ‘떼창’으로 응답했다. 밀젠코는 마이크를 객석으로 넘겼고, 관객은 “쉬즈곤”을 외치며 전율했다. 공짜로 본 클래스 다른 무대의 여운이 하루가 지난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 jmpyo@osen.co.kr
[사진] ‘일밤’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