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 가는 거야!"
한 케이블 프로그램에서 이같은 구호를 목청껏 외친 뒤, 거리 시민들을 무작위로 인터뷰 했던 이가 있었다. 독특한 차림새에 국적조차 불분명해 보였고, '돌+아이' 기질이 참 분명했던 그는, 12년 전 Mnet '닥터노의 즐길거리'로 방송 데뷔를 한 노홍철.
그런 노홍철이 "초심으로 돌아가 삶의 현장에서 치열하게 살아가는 시민들과 소통하겠다"며 다시 거리 인터뷰로 시동을 건 게 바로 tvN '노홍철의 길바닥쇼'다. 인터넷으로, 그리고 이어 방송으로 내보내는 형식으로 벌써 세 번째 출근을 한 그는 지난 28일 방송에서 이태원 우사단길을 방문했다.
근래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우사단길의 대규모 인파를 기대했던 노홍철의 기대와 달리 썰렁한 분위기의 거리. 가까스로 잡은(?) 첫 인터뷰이는 근처에 산다는 초등학교 5학년 상호였다. 상호는 노홍철에게 "원래 거리에 사람이 많지 않다"는 이야기를 들려줬고, 노홍철은 시무룩해졌다.
이어 우사단길에 있는 한 미용실을 방문했다. 거기서 '아재 개그'에 능하고, 자신보다 말주변이 뛰어난 미용실 사장님을 만나 그저 듣는데 집중했다. 마지막 한마디 요청에 "정직하게 살아야 한다. 특히 나라를 다스리는 분들"이라는 발언이 나오자, 노홍철은 "이거놔, 오래 할 거야. 정치 쪽으로는 안 갈 거야"라고 황급히 인터뷰를 종료해 웃음도 만들었다.
전직 카지노 딜러였다는 가죽 공방 사장님도 만났다. 특히 '카지노 딜러였다'는 한 마디에 카지노에 대해 궁금했던 것들을 풀어놓는 모습은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끝은 우사단길 골목에 있는 정체불명의 작은 영화관. 독립 영화를 단돈 2천원을 받고 상영한다는 사장님은 독립 영화가 상영할 기회조차 잡지 못한다는 아쉬움에, '홍보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이에 노홍철은 "우리도 아직 홍보가 많이 안됐다"고 셀프 디스를 서슴지 않았다.
이날 우사단길에서 연령도 성별도 다른 4명을 인터뷰하는 노홍철의 모습은 12년 전과 같고, 달랐다. 당시 아무런 거리낌 없이 돌직구 질문을 날리던 '돌+아이'스러운 모습은 확실히 줄어든 기분. 다만 이후 '무한도전' 등으로 다진 예능감이나 지식, 경험치는 확실히 어떤 인터뷰이를 만나도 속 깊은 이야기를 끄집어 내는 데 탁월했다.
12년 전과 비교하는 노홍철의 거리 인터뷰, "좋아! 가는 거야"를 외치며 복귀 시동을 건 그가 공백기를 씻고 전성기로 가게 될지, 아니면 그렇지 못할지는 앞으로 더 두고볼 일이다. / gato@osen.co.kr
[사진] '길바닥쇼' 캡처.